LG지주회사 전환 2년 어떻게 변했나

  • 입력 2005년 6월 22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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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지에서 양지로 나오니 홀가분하지만 모든 게 문서로 이뤄지다 보니 ‘도장 한번 잘못 찍었다간 큰일 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적지 않습니다.”

LG그룹 지주회사인 ㈜LG의 고위 관계자는 21일 “지주회사로 바뀌고 난 뒤 가장 달라진 변화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2003년 3월 국내 대기업 가운데 가장 먼저 지주회사 체제로 바뀐 LG그룹.

2년여가 지난 지금 LG는 계열사 재무정책과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인사전략 등 경영변화의 소용돌이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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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님 지시사항’이라며 전화 한 통으로 계열사를 지휘하던 풍토는 대부분 사라지고 모든 것을 법적 책임을 지는 이사회에서 결정하는 새로운 지배구조가 자리 잡았다.

○ 계열사 출자부담에서 벗어났다

지주회사는 과거 그룹 회장실이나 구조조정본부로 불렸던 곳. 대기업 그룹에서 가장 힘이 센 곳으로 통한다.

지주회사 체제로 바뀐 뒤 LG그룹에는 구조조정본부가 없어지고 그 역할을 ㈜LG가 맡고 있다.

지주회사로 출범하기 전 지분구도를 보면 구본무(具本茂) 회장 등 대주주는 LG전자 LG화학 LG유통(현 GS리테일) 지분을 갖고 있고 계열사 간에도 마치 거미줄처럼 얽힌 복잡한 관계를 이루고 있었다.

하지만 지주회사로 바뀐 뒤 지분구도는 순환출자가 없어지고 대주주가 ㈜LG 지분만 51.5%를 갖고 있는 간단한 구도다.

명확해진 것은 ‘지주회사는 출자를, 자회사는 고유 사업에만 전념하면 된다’는 것.

㈜LG 재무팀 관계자는 “예전에는 계열사 간에 얽히고설킨 지분구도 때문에 한 회사가 이익이 나도 투자자들은 사업을 잘해 이익을 냈는지, 투자를 잘해 이익을 냈는지를 구분하기 어려웠다”며 “지주회사로 바뀐 뒤 CEO에 대한 공정한 평가도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 대주주는 불편하다

권한과 책임관계가 명확해지면서 대주주들은 불편해졌다.

과거에는 회장의 말 한마디가 ‘보이지 않는 손’이 돼 계열사를 쥐락펴락했지만 지금은 그게 쉽지 않다.

예전의 구조조정본부는 서류 없이 ‘전화 한 통화’로 지시해도 계열사들이 따를 수밖에 없었다. 지금은 ㈜LG가 상법상 독립회사이고 철저히 이사회의 결정에 따라 움직인다. 사외이사 수(4명)가 사내이사 수(3명)보다 오히려 더 많다.

㈜LG 법무팀 관계자는 “과거 법적 근거 없이 활동하던 구조조정본부가 양지로 나와 회사로 활동하는 셈”이라면서 “상법과 증권거래법상의 책임을 져야 하고 투자자들로부터 주주대표소송을 당할 수도 있어 위에서 시킨다고 무조건 따라갈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 혜택 많지만 부담도 따라

지주회사로 바뀌면서 LG그룹은 제도적 혜택을 많이 받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37개 LG그룹 계열사 가운데 지주회사인 ㈜LG와 그 밑에 있는 자회사 및 손자회사에 대해 출자총액제한 대상에서 모두 풀어줬다. 올해는 그룹의 회계장부인 결합재무제표를 만들지 않아도 된다.

지주회사에 편입되지 않은 LG상사와 LG에너지만 출자총액제한을 받는다.

주식시장의 평가도 긍정적이다. LG의 11개 상장회사 시가총액은 연초 32조7000억 원에서 20일 현재 39조2000억 원으로 20% 올랐다. 같은 기간 종합주가지수 상승률은 10%.

하지만 투자자들에게 알려야 하는 공시 부담은 매우 커졌다. 지난해 ㈜LG는 주식시장에서 260회 공시를 했다. 자회사의 경영 상황에 대한 ‘연결공시’가 110건이었다.

이동규(李東揆) 공정위 정책국장은 “지주회사로 바뀌면 한 회사의 부실이 다른 계열사로 파급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면서 “무엇보다 사외이사가 경영감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줘야 대주주를 견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영해 기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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