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공기업 이전, 효율과 경쟁력이 문제다

  • 입력 2005년 3월 23일 18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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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 지방 이전(移轉)이 각 지역에 대한 갈라주기 성격을 띠면서 지방자치단체 간의 유치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그런가 하면 해당 공기업들의 이전 반대 움직임이 노조에서부터 확산되고 있다.

정부는 수도권 소재 180여 개 공기업을 시도별로 대형은 1개씩, 나머지는 20개 정도의 기능군(機能群)으로 묶어서 이전한다는 방안을 내놓았다. 각 지역의 산업 특성을 감안한다고 하지만 지역별 나눠주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한국전력 토지공사 주택공사 도로공사 가스공사 등 5대 공기업은 무조건 서로 다른 시도로 이사를 가야 할 판이다. 예컨대 한전을 부산으로 보낼지, 광주로 보낼지 결정하는 데 어떤 지역특성을 감안한다는 것인지 알기 어렵다. 게다가 외국 기업과 많이 상대하는 석유공사 등 수도권에 있어야 절대적으로 유리한 공기업들도 지방으로 가야 한다. 애매모호한 지역특성을 살리려다 기업특성을 죽이는 결과를 낳기 십상이다.

공기업도 기업이라는 사실을 무시하는 지방이전 강행이 낳을 비효율이 눈에 훤히 보인다. 삼성과 현대가 땅값이 비싼 서울에 본사를 두는 것도 비용과 편익을 계산한 결과다. 노동생산성이 민간기업의 70%에 불과한 공기업이 본사 입지의 비효율까지 떠안게 된다면 국민이 부담해야 할 비용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공기업의 주인이자 부담 주체는 국민이기 때문이다.

세계적 추세인 공기업 민영화도 감안해야 한다. 공기업이 민영화된 뒤에 본사를 다시 유리한 지역으로 옮기겠다면 그때도 정부가 나서서 막을 것인가. 아니면 공기업 민영화를 금하는 법이라도 만들 것인가.

지역발전과 국가 경쟁력 제고에 두루 도움이 되는 공기업의 이전은 당연히 추진할 수 있다. 그러나 지역균형 논리만 앞세워 공기업의 효율과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이전은 국익과 국부(國富) 창출에 역행하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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