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기업, 환율하락-유가상승등 악조건에도 실적 상승

  • 입력 2005년 3월 2일 17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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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업의 수출 체력이 업그레이드된 것일까. 원-달러 환율 하락(원화가치 상승), 국제유가 인상 등 악조건 속에서도 수출 실적이 꾸준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월평균 수출액이 12개월 연속 200억 달러대 행진을 거듭하고 있고 지난달에는 하루 평균 수출액이 10억 달러를 넘어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수출 실적 호조의 원인을 국내 기업의 체질이 달라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달라진 체력, 환율 급락에도 끄떡없다=2일 대우증권 분석 결과 원화 가치가 10% 상승해도 기업의 순이익은 4% 하락하는 데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환율은 수출기업의 채산성을 결정하는 핵심 변수였다. 원화 가치가 상승한 비율만큼 기업의 채산성은 이에 비례해 악화됐다. 하지만 이제 환율이 수출에 미치는 영향은 과거보다는 훨씬 낮아졌다는 것.

경제 전문가들은 한국 기업들이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구조조정을 통해 전문 분야에 집중해 기초체력이 강해진 점을 원인으로 꼽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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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증권 홍성국(洪性國) 투자분석부장은 “외환위기 이전에만 해도 국내 기업들은 차입경영을 통해 몸집 부풀리기에만 힘써 왔다”면서 “상품경쟁력이 뒷받침되지 않은 무리한 확장정책은 환율이나 유가 등 대외변수에 취약할 수밖에 없었다”고 지적했다.

▽주력 수출품목의 다양화, 수출지역의 다변화=수출품목과 수출지역이 다변화되고 있다는 점도 한국 수출의 강점이다. 한국의 5대 수출품목은 반도체, 무선통신기기,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 등으로 정보기술(IT) 품목과 비(非)IT 품목이 절묘한 조합을 이루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에는 세계 IT경기 둔화와 치열한 국제 경쟁으로 인해 컴퓨터는 전년 같은 달보다 21.6%의 감소세를 보였고 무선통신기기 역시 6.8%의 증가율에 그쳤다. 그러나 석유화학과 조선이 각각 38.0%와 100%의 증가세를 보이면서 IT부문의 열세를 만회했다.

수출지역이 아시아, 북미, 유럽, 중동, 중남미 등 세계 전 지역으로 고르게 퍼져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산업자원부 이계형(李啓炯) 무역투자실장은 “월드컵이나 한류(韓流) 영향 등으로 한국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지면서 수출 지역 다변화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출 실적 호조세 이어질지는 지켜봐야=한국의 수출 호조세가 꾸준히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지만 일부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최근 원화가치가 달러에 대해서뿐만 아니라 엔화에 대해서도 강세를 보이고 있는 데다 유가 등 원자재 가격이 다시 들썩일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교보증권 김기형(金基瀅) 경제금융팀장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세계 경기가 하반기부터 하강 국면에 접어들 가능성이 높다”면서 “국내 기업들의 출하 대비 재고량이 쌓이고 있는 점도 좋지 않은 신호”라고 분석했다.

김창원 기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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