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인들 기업으로… 기업으로… 기업들 ‘법률경영’ 시대

  • 입력 2005년 1월 27일 18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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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인들이 기업으로 향하고 있다.

법조인들의 기업행(行)은 과거에도 있었지만 최근에는 엘리트 중견 법조인이 대거 가고 있다는 점에서 과거와 다르다. ‘질’과 ‘양’에서 차이가 난다.

기업들의 영입 목적도 다르다. 과거에는 법원, 검찰에 대한 ‘로비 목적’이 강했으나 최근에는 ‘준법 경영’ ‘법률 분쟁의 사전 예방’을 내걸고 법조인들을 영입하고 있다. 올해 들어서만 10여 명, 지난해까지 합칠 경우 20여 명에 이른다.

▽판사 검사들의 기업행 러시=최근 서울중앙지법 김모 부장판사와 대법원 재판연구관 성모, 남모 부장판사가 사표를 냈다. 대검 중수부 연구관 정모 검사와 법무부 유모 검사도 26일 사표를 제출했다.

이들은 모두 법원과 검찰 내에서 능력을 인정받으며 왕성한 활동을 하던 법조인. 모두 삼성과 SK CJ 등 기업으로 갈 것으로 알려졌다. 부장판사가 바로 기업으로 가는 경우는 전례가 없는 일이다.

▽왜?=일부에서는 이런 현상에 대해 “기업이 법원 검찰과 ‘줄’을 대기 위해 고위직을 빼가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하지만 관련 기업에서는 “기업이 변화한 세상에 적응하려는 것인데, 일부에서 과거의 틀에 얽매여 제대로 못 보고 있다”고 말한다. 한 기업 법무실 관계자는 “로비를 하려면 개별 사건의 재판부나 수사팀마다 선이 닿는 전관 출신 변호사를 쓰면 되지, 상근 변호사를 둘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이들은 그 해답을 기업의 ‘법률 경영’에서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최근 삼성 이건희(李健熙) 회장은 간부들에게 “물건 팔아서 1억 달러 수익을 내면 뭐 하느냐, 법률문제로 2억 달러를 손해볼 수도 있다”며 법무 역량을 강화할 것을 직접 지시했다고 한다. 사후처리보다 사전예방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최근 삼성 법무실은 전 그룹 계열사를 상대로 준법 교육을 시작했으며, 과장 이상 간부들은 의무적으로 이 교육에 참석하도록 하고 있다.

또 지난해 삼성의 SK주식 인수 등과 같이 중요한 경영 판단에는 반드시 사전 법률검토를 거치고 있다.

증권집단소송법이나 금융지주회사법, 제조물책임(PL)법 등 경영 관련 법규가 나날이 엄격해지는 것도 한 원인이 되고 있다. 미국 GE 등 대기업의 경우 사내 변호사만 1000명이 넘는다. 현대해상화재보험이 지난해 PL법 이론가인 하종선(河鍾瑄) 변호사를 대표이사로 영입한 것도 이런 흐름이 반영된 것.

기업의 법조인 영입 상황
기업이름(사법시험 횟수)현재 직책비고
삼성이종왕(17)상임법률고문 겸 법무실장(사장급)전 대검 중수부 수사기획관, 김&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서우정(24)법무실 부사장전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김수목(29)법무실 상무전 대검 연구관, 광주지검 부부장
유승엽(35)법무실 상무보전 서울중앙지검 검사
SK김준호(24)윤리경영실장(부사장급)전 대검 중수과장
강선희(30)CR전략실 법률자문역(상무)전 서울중앙지법 판사
LG김상헌(28)법률고문실 부사장전 서울중앙지법 판사
현대해상하종선(21)대표이사 사장변호사

이상록 기자 myzod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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