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창원]고소득층이 되살리는 ‘경제 불씨’

  • 입력 2005년 1월 24일 18시 00분


코멘트
대기업에 다니는 A 이사는 얼마 전 서울 강남의 한 백화점에서 부인을 위해 150만 원 상당의 고급 의류를 구입했다.

A 이사는 “예전에는 고가 제품을 사려고 하면 주변의 시선이 두려워 뒷맛이 개운치 않았다”면서 “최근 들어 ‘소비가 미덕’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는 것 같아 마음이 한결 편했다”고 말했다.

지갑을 여는 부자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1월 정기세일을 마친 모 백화점은 고급 모피 판매가 전년 동월보다 45% 증가했고 경기에 민감한 남성 의류 판매도 15%의 매출 증가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대형 승용차 판매 증가율은 전년 동월 대비 39.6%로 전체 승용차 판매 증가율인 5.3%를 크게 웃돌았다.

경제 전문가들은 고소득층이 소비의 변화를 주도하는 ‘소비의 전령사’라는 점에서 이들의 소비심리 회복은 경기 회복의 신호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부유층의 소비심리가 개선되고 있는 것은 사회에 만연했던 ‘반(反)부자 정서’가 점차 누그러진 점도 주요 요인 가운데 하나로 보인다. 소비가 살아나야 생산이 늘고, 근로자들의 소득이 올라 다시 소비가 느는 시장경제의 기본 원리를 사회구성원들이 어느 정도 받아들인 듯싶다.

‘내가 굶으니 너도 굶어야 한다’는 획일적 평등주의가 점차 현실의 경제논리 앞에 힘을 잃어가고 있는 셈이다.

물론 부유층의 소비심리 회복이 곧바로 내수 경기 회복을 의미하진 않는다.

그러나 일부 계층의 소비심리 회복으로 침체됐던 내수 경기를 되살릴 불씨를 찾은 것은 분명하다. 어렵게 찾은 기회를 살려나가는 지혜가 필요한 상황이다.

설을 앞두고 중국에선 호텔의 고급 요리 경쟁이 한창이라고 한다. ‘백두산에서 캐 온 100년 묵은 산삼으로 만든 삼계탕’ 가격이 16만 위안(약 2100만 원)에 이른다.

중국 물가국 당국자는 “식당 경영자들은 시장 수요에 따라 요리 가격을 정할 권한이 있다”고 유권 해석했다. 고가 삼계탕에 지불된 돈은 결국 중국 경제 안에서 돌아다닌다는 점을 중국 당국자들이 간파했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 사회도 부유층 소비가 낳는 부정적 측면보다는 긍정적 효과에 대해 생각해볼 때다.

김창원 경제부 changki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