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살이]현장에서/순창 고추장맛의 비결

  • 입력 2005년 1월 12일 16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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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창 장류(醬類)의 맛의 비밀은 무엇일까?’

최근 이런 궁금증에 대한 답을 구하고자 전북 순창군 순창읍 백산리 ‘전통고추장 민속마을’을 다녀왔습니다. 순창에는 특별한 장맛의 비결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 것은 두 가지 이유 때문입니다.

국내 고추장 업계 1위 브랜드인 ㈜대상의 청정원이 왜 순창에서 고추장 된장 쌈장 간장 등을 생산하는 것일까가 첫 번째 이유입니다.

또 하나는 최근 정부가 순창 민속마을을 ‘장류 산업 특구’로 지정했기 때문입니다.

순창군은 1994년부터 백산리 논 한가운데 2만5000여 평을 ‘민속 마을’터로 조성해 군(郡) 내의 40개 장류 생산업체들을 모았습니다. ‘봉순희 할머니’ ‘문옥례 할머니’ 등의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한 가구가 한 업체인 독특한 형태이고 수대째 가업으로 장류를 담가 팔아 온 곳도 있습니다.

순창군 장류개발사업소의 허광무(許광茂) 계장은 “순창군에서는 오래 전부터 장류를 담가와 순창군만의 독특한 미생물들이 살고 있는 것이 순창 장류의 한 비밀로 추정된다”고 말했습니다.

‘봉순희 할머니’의 딸로 대를 이어 고추장을 담가 팔고 있는 김성숙(金成淑·45) 씨는 “처서(處暑)에 쌀 40%와 콩 60%로 도넛 모양의 된장을 담가 12월경 고추장을 담근 후 이듬해 땡볕에 발효시키는 것은 순창만의 독특한 제조법”이라고 소개했습니다.

6대째 장류를 담가 팔고 있는 업체 ‘문옥례 할머니’에서 근무하고 있는 김상희(金上姬·25) 연구사는 “같은 재료로 고추장이나 된장을 담근 후 숙성을 다른 지방에서 하면 순창에서 숙성시킨 것과는 다른 맛이 나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습니다. “순창의 지하수와 미생물이 다른 지역과는 다르기 때문으로 보인다”는 것입니다.

순창 ‘전통 마을’에서 만난 분들은 앞으로 다양한 맛, 세계적인 맛의 장류를 특구에서 개발해 ‘장류 웰빙’을 이끌어가겠다고 말했습니다. 순창을 다녀온 후로는 순창이란 이름만 떠올려도 그윽한 고추장 맛이 생각납니다.

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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