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자본 잇단 M&A공세…기업들 “더많은 보호 필요”

  • 입력 2004년 12월 16일 17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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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국내기업의 경영권 보호에 나서기로 한 것은 경영권 위협에 대한 재계의 우려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SK㈜가 유럽계 펀드인 소버린의 경영권 인수 표적이 된 데 이어 올해 들어 삼성물산 대한통운 범양상선 세양선박 등 주요 기업들이 잇달아 외국자본의 공격을 받았다.

이처럼 외국자본의 국내기업 공격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대기업그룹 금융계열사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내용의 공정거래법 개정안마저 국회를 통과하자 재계는 경영권 보호 장치를 강력히 요구해 왔다.

▽정부도 경영권 보호 장치 필요성 인정=올해 들어 외국자본으로부터 공격받는 기업이 늘자 재정경제부는 그동안 경영권 보호 장치가 필요한지에 대해 신중히 검토해 왔다.

시가총액 대비 외국인 주식 보유 비중 추이(단위:%)
시기외국인 비중
6월43.57
7월43.88
8월42.97
9월43.21
10월42.53
11월42.51
12월(16일 현재)41.93
월말 기준. (자료:대신증권)

재경부는 수개월 전 외부용역기관에 경영권 방어 대책에 대한 용역을 맡겼으며 결과가 나오는 대로 구체적인 조치를 마련하겠다고 밝혀 왔다.

그러나 재경부는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경영권 방어와 관련된 증권거래법 개정안을 잇달아 제출하면서 정부 입장을 조속히 정리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재경위에서 증권거래법 개정안이 논의되는 과정에서 정부 의견을 적극 개진하기로 방침을 정하고 개정안에 담긴 조치들을 면밀히 검토해 왔다.

정부가 도입하기로 한 ‘공개매수 기간 중 주식발행 허용’은 앞으로 외국자본 등으로부터 경영권을 공격받는 기업들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외국자본이 국내기업 경영권을 빼앗기 위해서는 이사선임권을 확보하기 위한 최소 지분인 25%를 확보해야 한다.

그런데 경영권을 공격받는 회사가 공개매수 기간 중에 증자를 할 경우 외국자본은 지분을 확보하기 위해 더 많은 자금을 써야 한다. 게다가 해당 기업이 기존 대주주에게 우호적인 세력에 유상증자를 배정할 경우 외국자본의 지분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글로벌 스탠더드에서 벗어나는 보호 장치는 도입 안 한다=그러나 정부는 국내기업의 경영권을 지나치게 보호하는 조치는 검토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내에 들어와 있는 수많은 외국인투자자들이 한국의 정책 방향에 실망을 느끼고 한국을 빠져나갈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

정부는 특히 ‘한국이 지나치게 자국기업을 보호하고 있다’는 시각의 최근 외국 언론 보도가 외국인투자자들의 시각을 반영한 것으로 보고 외국인투자자들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외국계 투자자는 ‘우려’, 재계는 ‘아직도 미흡’=정부가 추진하는 경영권 보호 조치에 대해 외국인투자자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고,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재계는 ‘더 많은 보호가 필요하다’는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전경련 양금승(梁金承) 기업정책팀장은 “외국인의 국내 주식시장 점유율이 50%를 육박하고 있는 마당에 정부가 너무 느긋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며 “재경부가 허용하기로 했다는 두 가지 조치는 국내기업 경영권을 방어하기에 역부족이다”라고 밝혔다.

모건스탠리 한국지사 양호철(梁浩徹) 대표는 “편협한 국수주의나 외국인을 차별하겠다는 시도가 국내에서 진행 중인지는 모르겠지만 외국인투자자들은 아직 이를 감지하지는 못한 상태”라며 “한국 정부가 글로벌 스탠더드에 어긋나는 반시장적, 차별적 입법을 한다면 외국인의 한국 투자가 빠르게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외국계 투자은행 ABN암로 윤경희(尹敬熙) 한국총괄대표도 “외국 자본의 국내시장 참여에 대한 규제는 투명하고 합리적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치영 기자 higgledy@donga.com

김창원 기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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