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평형 집값 곤두박질…넉달새 최대 30% 폭락

  • 입력 2004년 12월 16일 17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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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반 전에 집값의 70%를 대출받고 25평형 아파트를 한 채 샀는데 이제 이 집 팔면 딱 대출금액 나오게 생겼어요. 그나마 팔려야 말이죠.” 15일 서울 서초구 반포4동 동서남북공인. 이자 부담 때문에 집을 내놓았으나 6개월째 호가만 4000만 원 떨어뜨린 채 기다리고 있다는 박모 씨(43)를 만났다. 은행에 낸 이자까지 치면 집을 산 후 2년 반 동안 큰 손해를 봤다며 한숨을 쉬었다. 동서남북공인 허두한 대표는 “20평형대 매물 중에는 대출금만큼도 값이 안 나가는 ‘깡통아파트’도 생겼다”고 말했다. 》

같은 날 금천구 시흥동 B 아파트 단지 내 번영공인. 중개업소를 찾은 주부들은 “(정부에서) 강남 집값 잡았다고 좋은 줄만 알고 서민들 죽는 줄은 모르고 있다” “2년 전 입주 후 2000만 원 오른 게 가격 상승의 전부인데 왜 아직 ‘투기과열지구’인지 모르겠다”고 불평했다. B 아파트 25평형은 올해 초 1억8000만 원선까지 거래가 됐으나 현재 급매물은 1억4000만 원까지 내려갔다.

정부의 잇따른 부동산 규제정책으로 부동산 거래가 위축된 가운데 중산층과 서민들이 주로 소유한 30평형 미만 아파트나 빌라, 다가구주택, 오피스텔 등의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다.

▽피해 큰 소형 평형=부동산정보업체 스피드뱅크에 따르면 올해 6월 1일부터 12월 15일까지 서울 지역 중·대 규모(100가구 이상) 아파트 가운데 25평형 미만 소형은 평균 2.64% 하락했다. 중형(26∼40평형)은 1.46% 떨어졌고 대형(41평형 이상)은 오히려 0.23% 상승했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가 줄 이었던 올 한해, 정부 규제의 주 타깃이었던 서울 강남의 대형 평형 아파트 값은 거의 떨어지지 않고 소형 아파트 값만 급락해 서민과 중산층만 자산가치 하락 피해를 보고 있는 것. 이 때문에 ‘한 평이라도 넓은 집’으로 이사 가기는 더 힘들어졌다.

서울 관악구와 서초구의 다가구·빌라 밀집지역에서는 3, 4개월 새 소형 평수 호가가 최대 30%까지 하락한 경우도 있었다.

올해 입주한 아파트 가운데 시세가 분양가보다 하락한 경우도 많다. 강동구 성내동의 S 주상복합은 29평형 일부 가구가 분양가보다 1000만 원 싼 1억9000만 원에, 관악구 신림역 앞 S 오피스텔 23평형은 2000만 원 싼 1억6000만 원에 매물이 나와 있다.

최고급 중·대형과 소규모 빌라가 혼재돼 있는 서초구 반포4동의 경우 올해 초 2억 원이었던 25평형 빌라의 호가가 1억4000만 원까지 낮아졌다.

조흥은행 잠원동지점 구진회 과장은 “과거 집값의 80%까지 대출을 받은 소형 평형 가구주의 경우 현 시세가 당시 대출액 수준까지 떨어진 사례가 꽤 있다”고 말했다.

▽무주택자들은 ‘관망’=무주택자들도 마음이 편치만은 않다. 지금은 집값이 약세지만 부동산 시장 침체로 공급이 줄어들 경우 다시 급등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

무주택자인 직장인 이 모씨(37)는 “집값 부담이 줄어드는 것 같아 일단은 좋다”며 “더 떨어질지 모른다는 생각에 매수를 망설이고 있지만 몇 년 후 또다시 1, 2년 전 같은 급등 현상이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든다”고 말했다.

장성수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실장은 “서울, 수도권에서 1억∼3억 원짜리 집 한 채를 가진 가구주들이 부동산 가치 하락에 따른 피해를 가장 많이 볼 것”이라며 “종합부동산세 등이 도입되면 외곽지역 소형 아파트 및 다가구·빌라 등과 ‘우량 아파트’의 시세 차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인직 기자 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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