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은 또 LG가 이를 거부하면 LG카드는 청산 절차를 밟을 수밖에 없다고 ‘위협’했다. LG 계열사에 대해 여신 규제 등 강력한 제재 조치를 취하겠다는 으름장도 빼놓지 않았다. 금융감독 당국도 채권단의 이 같은 전방위 압박에 가세하고 있다.
정부 및 채권단의 이 같은 행태를 보면 ‘도를 넘어섰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LG를 두둔하자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여신 규제’ 운운하는 행태는 시대 흐름에 역행할뿐더러 시장경제 원칙에도 맞지 않는다.
LG는 올해 초 채권단과 맺은 확약서 내용대로 LG카드에 대한 지원을 이미 완료했다. 채권단이 이제 와서 LG의 사회적, 도덕적 책임을 주장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채권 은행들은 1년 전 LG카드를 지원하라는 정부의 압박에 “LG카드 정상화 방안을 외국인 이사와 사외이사들이 승인하겠느냐”며 “원칙으로 돌아가 시장원리대로 처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LG의 지금 주장과 다를 바 없다. 채권단이 사정이 달라졌다고 기업에 ‘반(反) 시장적 지원’을 요구하는 것은 자기모순이다.
세계 각국의 은행들은 요즘 고객인 기업들에 한 푼이라도 더 대출하기 위해 지극 정성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달 중국 상하이(上海)에서 만난 국내 모 은행 현지 지점장은 “중국 은행들이 국내 기업들에 대해 영국 런던의 은행 간 금리인 리보(LIBOR) 수준으로 대출 세일에 나서고 있어 큰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씨티은행 등 외국계 은행과 사활을 건 일전(一戰)을 앞두고 있는 국내 은행들이 마음에 안 든다고 기업을 협박하는 구태(舊態)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불행이 아닐 수 없다. 정부와 채권단은 이제라도 시장경제 원칙으로 돌아가 LG카드 문제를 풀어 나가는 것이 옳지 않을까.
배극인 경제부 bae2150@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