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 유교가풍]딸-며느리 회사일 일절 관여안해

  • 입력 2004년 12월 8일 18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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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만 둘을 둔 구본무(具本茂) LG그룹 회장이 동생인 구본능(具本綾) 희성그룹 회장의 아들 광모(光謨·26) 씨를 양자로 맞아들이자 그 배경을 둘러싸고 재계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LG그룹이 구 회장의 조부인 고 구인회(具仁會) 창업주를 시작으로 구자경(具滋暻) 명예회장, 구본무 회장에 이르기까지 3대째 ‘경영권 장자(長子) 승계의 원칙’을 지켜왔기 때문이다. 또 이번 일을 계기로 구씨 가문의 엄격한 유교 가풍(家風)도 새삼 조명을 받고 있다.

▽LG가문의 유교 가풍=LG 구씨 가문은 주요 그룹 오너 가운데도 자손이 많은 편이다. 창업주인 고 구인회 회장은 6남 중 맏아들이었으며 6남 4녀를 슬하에 두었다. 구인회 회장의 장남인 구자경 명예회장도 4남 2녀를 두었다.

이처럼 자손이 많은 LG 가문이 57년간 3대에 걸쳐 허씨 가문과 동업을 하면서도 잡음이 없었던 이유로는 무엇보다 ‘유교적 가풍에 따른 엄격한 위계질서’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LG그룹 관계자는 “회장 집안에는 연상의 조카, 연하의 숙부가 허다하지만 머리가 희끗희끗한 조카가 자신을 ‘자네’라고 부르는 젊은 숙부에게 공손하게 머리를 조아리는 게 전혀 어색하지 않다”고 전했다.

이런 가풍이 있기에 LG 가문은 많은 형제와 자손들을 잡음 없이 거느릴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LG 측은 “구본무 회장이 광모 씨를 양자로 들인 것도 집안에 유교 문화에 따른 질서가 엄격한 만큼 제사를 지내는 등 장자로서 대를 잇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장자 승계의 원칙 이어질까=재계에서는 오히려 LG 가문의 유교적 가풍에 주목하고 있다. 그룹 경영권은 장자가 승계한다는 것이 LG 가문의 원칙이기 때문이다.

LG에서는 오너 가문의 딸이나 며느리가 회사에 얼굴을 비치는 경우가 일절 없다. 그룹에서 운영하는 문화사업에도 전혀 간여하지 않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LG그룹은 구씨 가문의 공동 재산으로도 볼 수 있다”며 “광모 씨의 입적(入籍)은 구씨 일가가 ‘LG 오너 가문의 법적 장자’에게 경영권을 넘기려는 장기적 포석일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물론 광모 씨가 넘어야 할 산은 높다. 오너 일가라도 능력을 철저히 검증해 경영자로 육성하는 LG 가문의 전통 때문이다.

구자경 명예회장은 회장 직에 오를 때까지 18년간 현장에서 실무경험을 쌓으며 혹독한 경영인 수업을 받았다. 그는 “아무리 가족이라도 능력과 자질이 없으면 승진도 할 수 없고 중책도 맡기 어려울 것”이라고 자주 강조했다.

구본무 회장 역시 과장부터 출발해 20년간 영업, 심사, 수출, 기획업무를 두루 거치면서 경영자로서의 능력을 인정받은 뒤 총수직을 물려받았다고 LG 측은 밝혔다.

배극인 기자 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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