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D가격 ‘추풍낙엽’… 대만업체들 저가 공세

  • 입력 2004년 11월 1일 18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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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와 LG필립스LCD(이하 LGPL)가 세계시장을 주도하며 한국의 대표산업으로 떠오른 액정표시장치(LCD) 산업이 깊은 수렁에 빠졌다. 기대했던 LCD TV 수요가 생겨나지 않은 상황에서 후발주자인 대만과 중국업체가 물건을 쏟아내면서 공급과잉 현상이 발생한 것. LCD는 반도체와 비슷해 선도업체가 끊임없는 기술개발로 제조원가와 판매가격을 내려 이익을 내는 구조였다. 하지만 선두주자인 삼성전자와 LGPL이 잠시 주춤한 사이 대만 업체가 무섭게 따라붙어 기술격차가 줄어들었다.》

▽대만, 출혈경쟁에 나서다=AU옵트로닉스 CPT 등 대만의 LCD업체들은 5세대 생산라인을 본격가동하며 물량을 쏟아냈고 이는 LCD 패널의 가격하락으로 이어졌다.

올 3·4분기(7∼9월) 삼성전자의 컴퓨터 모니터용 패널 가격은 대당 300달러에서 230달러로 23%, 노트북 컴퓨터용 패널은 215달러에서 180달러로 16%, 32인치 TV용 패널은 1150달러에서 850달러로 26%나 떨어졌다.

이에 따라 영업이익률(영업이익을 매출액으로 나눈 것)은 2·4분기(4∼6월) 33%에서 3·4분기에는 12%로 떨어졌다. LGPL도 상황은 비슷해 영업이익률이 33%에서 14%로 떨어졌다.

후발주자인 대만 업체들의 실적은 더 나빠져 1위 업체인 AU옵트로닉스는 3·4분기 이익률이 10%로 떨어졌고 ‘한스타 디스플레이’는 적자로 돌아섰다.

▽왜 가격이 폭락했나=얇고 화질이 뛰어난 LCD가 등장하면서 빠른 속도로 컴퓨터 모니터와 TV에 채택될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LGPL의 원가절감 속도가 늦어지면서 모니터용 LCD 가격이 6월까지 300달러 수준을 유지하자 HP 등 대형 컴퓨터 제조회사들은 LCD 대신 뒤가 두툼한 CRT 모니터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LCD TV도 예상과 달리 소비자 판매가격이 너무 비싸 많이 팔리지 않았다.

현대증권 김동원 연구원은 “LCD 업체들이 심각한 재고압박에 시달리고 있어 4·4분기(10∼12월)에도 가격하락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전망은 비교적 맑음=삼성전자와 LGPL은 대규모 시설투자를 통한 제조원가 절감에 나서 내년에는 가격경쟁력이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LGPL은 최근 6세대 생산라인을 가동하며 32인치, 37인치 TV용 패널의 대량생산에 들어갔다. 삼성전자는 5세대에서 곧바로 7세대로 넘어가 내년부터 40인치 TV용 패널을 생산할 예정이다.

반면 대만 업체들은 자금부족 때문에 6세대 생산라인 투자를 미루고 있어 한국과의 기술격차가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LGPL 한상범 상무는 “전체적으로 TV와 모니터의 시장 수요가 늘어나고 있어 내년 하반기에는 가격이 완전히 안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두영기자 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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