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급등]全세계 스태그플레이션 혹독한 시련

  • 입력 2004년 8월 19일 19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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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이후 2차례 벌어진 ‘석유 파동’은 석유가 세계 경제의 ‘아킬레스 건’이라는 사실을 확인시켜 준 계기가 됐다.

‘산업의 피’인 석유 수급의 차질은 세계 경제를 큰 혼란에 빠뜨렸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의 위기를 맞으며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이라는 ‘스태그플레이션’을 경험한 것.

‘1차 석유파동’의 발단은 1973년 이스라엘과 아랍국가가 벌인 중동전쟁. 당시 석유수출국기구(OPEC) 소속 6개국은 원유 고시가격을 17%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이어 이스라엘의 아랍 점령지역 철수 등을 요구하며 매월 원유생산을 5%씩 감산하겠다고 위협했다.

원유 공급이 차질을 빚으면서 71∼73년 배럴당 평균 2.5달러에 불과하던 국제 유가는 74∼76년 평균 11달러로 급등했다. 이 기간에 세계 경제성장률과 교역증가율은 이전 3년간보다 2.2%포인트, 4%포인트 각각 하락했다.

당시 산업화를 시작한 한국은 석유 의존도가 높지 않아 74∼76년 8%대의 경제성장률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석유 값 인상은 물가 상승 압력과 무역수지 적자 확대로 이어지며 경제에 적지 않은 타격을 주었다.

원유 가격 결정권을 장악한 OPEC는 78년 원유 가격을 단계적으로 14.5% 인상하기로 했다. 때마침 ‘이슬람교 혁명’이 일어난 이란이 원유 수출을 중단하자 ‘2차 석유파동’으로 비화됐다. 국제 유가는 77∼79년 배럴당 평균 14.1달러에서 80∼82년 31.2달러로 폭등했다.

세계 경제는 다시 위기에 빠졌다. 80∼82년 3년간 세계 경제성장률과 교역증가율은 각각 1.9%, 1.6%에 그치며 혹독한 시련을 겪었다.

70년대 후반 중화학 공업 중심의 산업화에 주력하고 있던 한국 경제도 큰 타격을 입었다. 80∼82년 3년간 한국의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3.9%로 이전 3년간(77∼79년)보다 4.8%포인트 하락했다. 연간 물가 상승률과 무역수지 적자 규모도 이전 3년간에 비해 각각 16.7%포인트, 12억5000만달러 증가했다. 석유 값이 59% 인상된 79년 7월에만 유가 인상으로 서울시내 음식점 300개가 문을 닫았고, 125개가 휴업을 했다.

현재의 고(高)유가는 중동 정세 불안 등에 따른 심리적 불안감이 주된 원인이라는 점에서 실질적인 공급 감소가 있었던 과거 석유 파동과 차이가 있다는 지적이다. 또 원유 가격 결정권이 OPEC에서 시장으로 넘어간 점도 다른 점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 이문배(李文培) 동향분석팀장은 “최근 유가 상승은 원유 수급 불안감과 이에 따른 선물시장에서 투기적 가(假)수요가 주된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박용기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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