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TV 너밖에 없다”… 올림픽 특수 타고 불티

  • 입력 2004년 8월 5일 17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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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광진구 테크노마트 3층에 있는 봉화프라자 가전 매장. 40∼50평 되는 매장에는 디지털TV와 에어컨, 세탁기 등 생활가전이 가득하다. 이곳에서 판매를 담당하고 있는 김성호 부장은 2∼3개월 전과는 사뭇 다른 기분으로 손님을 맞는다. 전에는 한 달에 10∼15대씩 팔리던 디지털TV가 7월에는 30대나 팔렸기 때문. 8일이면 지상파 디지털 TV 전송방식이 확정된 지 1개월. 고화질(HD) 방송으로 중계될 아테네 올림픽도 코앞으로 닥쳤다. 이 같은 호재를 등에 업고 디지털TV가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불황기 ‘효자상품’=테크노마트 김 부장은 “월드컵 때만은 못하지만 디지털 전송방식 확정과 맞물려 올림픽 특수가 조금씩 일고 있다”며 “오는 손님을 한 명이라도 놓치지 않기 위해 올해는 휴가기간에도 문을 닫는 상가가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테크노마트는 전체 상가의 문을 닫고 쉬는 ‘집단 휴가’를 올해는 실시하지 않기로 했다.

하이마트와 전자랜드도 비슷하다. 하이마트는 7월 디지털TV 판매량이 6월에 비해 40%나 늘었다. 제조업체들의 판매가격 인하는 ‘촉매제’가 되고 있다.

하이마트의 문주석 팀장은 “올림픽이 시작된 후 TV를 구매하는 소비자도 많기 때문에 8월 매출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제조업체 재고 확보 나서=제조업체들은 수출물량을 내수로 돌리는 방안을 검토하는 곳까지 생겼다.

대우일렉트로닉스는 가격인하를 실시한 지난달 24일부터 디지털TV 매출이 그 전에 비해 2배 정도 늘었다. 특히 홈시어터 기능이 들어간 32인치 고화질(HD) TV의 경우 매출이 2.5배 이상 증가하며 물량이 부족할 정도이고 29인치 제품 역시 조만간 재고가 바닥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회사 장규환 전무는 “갑작스러운 수요 증가로 제품 품귀현상이 빚어짐에 따라 수출물량을 내수로 돌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와 LG전자도 7월 들어 디지털TV 판매량이 전달에 비해 20∼30%가량 늘었다.

삼성전자는 8월에도 20% 이상 판매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며 부품과 자재를 구하느라 바쁘다.

▽장기 소비 침체가 ‘옥에 티’=그러나 업계에서는 이번 올림픽 특수는 월드컵 때만 못하다는 평가다. 2002년 월드컵 당시에는 연초부터 업체들이 대대적인 판촉활동을 벌였고 내수 상황도 좋았기 때문에 상반기 내내 판매가 증가했던 것.

장기적인 소비침체도 디지털TV 소비를 월드컵 때만큼 확 끌어올리지는 못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이 때문에 매장을 찾는 소비자의 절대 다수가 60만원대의 평면 브라운관 TV(셋톱박스 별도)와 100만원대 후반의 프로젝션TV를 찾고 있다는 것이 상인들의 전언.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대는 크다. 하이마트 관계자는 “소비침체로 디지털TV 월 판매량이 상반기 내내 줄던 상황에서 7월의 판매량 급증은 가뭄의 단비”라고 말했다.

유통업체와 각 제조업체 대리점에서는 올림픽이 끝날 때까지 한시적으로 플라스마 디스플레이 패널(PDP) TV 가격을 최대 40%까지 할인 판매 하는 등 다양한 판촉행사를 연다.

허진석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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