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질금리 마이너스폭 작년의 3배 예상

  • 입력 2004년 8월 3일 19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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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 예금 금리는 하락하는데 물가는 치솟으면서 실질금리 마이너스 폭이 지난해의 3배 이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이자생활자나 서민가계의 어려움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실질금리란 은행이 주는 이자율(명목이자율)에서 세금(이자소득의 16.5%)과 소비자물가상승률을 뺀 것이다. 실질금리가 마이너스라는 것은 은행에 예금을 하면 버는 돈보다 잃는 돈이 많다는 의미다.》

▽하락하는 금리, 치솟는 물가=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소비자들의 대표적인 예금상품인 은행 정기예금의 6월 중 평균 금리는 3.81%로 작년 연평균 4.15%보다 0.34%포인트 떨어졌다.

시중은행에 따르면 이 같은 예금금리 하락세는 올해 하반기에도 지속돼 연평균 정기예금 금리가 3.8%대를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모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 같은 저금리 추세는 소비 및 투자심리 위축으로 은행에 자금이 몰리고 있지만 은행들은 마땅히 돈을 굴릴 곳이 없기 때문”이라면서 “세계적으로 금리인상 추세가 이어지고 있으나 국내는 경기침체 등으로 인해 금리를 올릴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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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저금리 추세임에도 유가(油價) 급등 등의 이유로 소비자 물가가 치솟고 있다는 점.

재정경제부 이승우(李昇雨) 경제정책국장은 “유가불안으로 올 물가상승률이 4%대까지 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현 단계에서는 작년과 같거나 그보다 소폭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1억원 맡기면 연 42만원 손해=올해 실질금리 마이너스 폭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지난해 실질금리는 연평균 정기예금 금리 4.15%에서 세금(이자소득의 16.5%인 0.68%)과 소비자물가 상승률(연평균 3.6%)을 빼면 마이너스 0.13%였다.

하지만 올해 6월 기준으로 정기예금 금리는 3.81%여서 물가상승률이 지난해와 같은 3.6%라고 가정해도 마이너스 0.42%에 달해 마이너스 폭이 작년의 3.23배에 이른다.

결국 1억원을 1년간 정기예금에 들었다고 가정하면 작년에는 가만히 앉아 연간 13만원을 손해봤지만 올해는 42만원을 날리는 셈이다.

한국금융연구원 최공필(崔公弼) 선임연구위원은 “국내 경기침체와 원유가격 불안 등 대내외 악재가 겹치면서 당분간 실질금리 마이너스 시대를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은행 실질금리는 1999년과 2000년 각각 5.09%와 3.61%였으나 2001년 들어 0.46%로 크게 떨어진 이후 2002년에는 1.24%로 소폭 상승했었다.

김창원기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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