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체감경기 먹구름 全업종 확산

  • 입력 2004년 8월 3일 18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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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청원군에 있는 텔슨전자 공장 직원들의 얼굴에는 요즘 수심(愁心)이 가득하다.

중국 남미 등에 휴대전화를 수출하기 위해 8시간씩 2∼3교대로 돌아가던 휴대전화 공장은 지난달 말 법원에 화의신청을 낸 뒤 8시간 1교대로 바뀌었다. 어음이 돌지 않아 부품을 구입하지 못해 가동률은 30∼40%로 떨어졌고 머지않아 인력 구조조정도 있을 예정이다.

텔슨전자 관계자는 “텔슨전자뿐 아니라 중국시장에 휴대전화를 수출해 온 중견 휴대전화 업체들은 대부분 중국 저가품이 쏟아져 나오면서 수익성이 크게 악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 업계도 내수위축이 장기화되면서 생산량이 감소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6월 중 자동차 수출은 5월에 비해 14.6%나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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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관계자는 “내수가 살아나지 않아 재고부담이 커지고 있다”면서 “재고를 줄이기 위해 수출에 ‘올인’하고 있지만 ‘물량 밀어내기’도 한계에 부닥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노조가 파업 중인 LG칼텍스정유는 7월 중 공장가동률이 82% 수준으로 지난해 7월의 95.5%에서 급격히 하락했다.

기업들의 체감경기가 업종이나 판매시장 등의 구분 없이 전방위적으로 악화되고 있다. 소비침체로 어려움을 겪어 온 내수, 비(非)제조, 중소기업뿐 아니라 수출 호조 속에 경제를 이끌어 왔던 수출, 제조, 대기업들도 어려움을 토로하기 시작했다.

한국은행이 3일 발표한 ‘기업경기조사 결과’에 따르면 7월 중 제조업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70으로 6월의 78보다 8포인트 급락했다. 이는 지난해 8월(72) 이후 11개월 만에 가장 낮은 것. BSI는 100을 기준으로 그보다 높으면 경기를 낙관적으로 보는 기업이 많다는 뜻이며 100 미만이면 그 반대다.

제조업 중에서도 수출기업은 6월의 85에서 7월에는 74로 11포인트나 급감해 지난해 9월(73) 이후 10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75에서 69로 하락한 내수기업에 비해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수출기업의 활력이 급속히 감소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 중소기업에 비해 상황이 나았던 대기업의 업황 BSI도 82에서 77로 낮아지며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부동산 시장의 침체로 건설업 경기도 얼어붙고 있다. 건설업 업황 BSI는 6월 69에서 7월에는 54로 뚝 떨어져 2001년 1·4분기(1∼3월) 이후 3년4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

주택건설업계에서는 신규 사업 수주를 사실상 중단한 업체가 급증하면서 인력 구조조정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중견 주택업체인 A건설은 최근 아파트 공사 수주를 중단키로 했으며 20명 정도였던 공사 수주 부서의 인력도 절반 이하로 줄이기로 했다.

Y건설의 사장은 “올해 말쯤 퇴출될 주택업체도 적지 않다”며 “토목에 비해 주택 중심의 중소 업체들이 퇴출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김철(金徹) 한은 통계조사팀 과장은 “실제 매출은 그다지 줄지 않은 기업들마저 현재의 상황을 대단히 부정적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이는 유가급등 등 불투명한 경제상황과 노사관계 불안 등으로 대부분의 기업이 심리적으로 심각하게 위축돼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

이은우기자 libra@donga.com

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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