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씨는 신발 도안(신에 무늬나 상표를 넣어 주는 일) 일을 하다 1977년 나이키와 아디다스, LA기어 등 유명메이커의 축구화를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제작 공급하면서 축구화 제작에 뛰어들었다. 유명 메이커에 뒤지지 않는 국산 축구화를 만드는 게 목표였지만 막강한 자본력으로 매년 신기술 신제품을 쏟아내는 유명 메이커들을 따라잡는 일은 쉽지 않았다.
강씨는 1992년 어린이들이 가지고 노는 ‘탱탱볼’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다. ‘탱탱볼’ 소재인 생고무를 축구화 속에 넣으면 볼이 좀 더 멀리 나가지 않겠느냐는 단순한 생각이었다. 하지만 역시 쉽지 않았다. 가죽과 조화를 이뤄 탄력을 증가시키는 생고무를 찾는 데에만 꼬박 3년이 걸렸다. ‘발이 짧고, 볼이 넓고, 등이 높은’ 한국형 발에 맞는 ‘족형’도 필요했다. 고생 끝에 1999년 국내와 미국에 특허를 출원했고, 2001년엔 드디어 국내 특허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유명 메이커들이 OEM 하청을 중국과 동남아 등지로 옮겨 부도를 낼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사는 게 막막해 한때 자살까지 생각했어요. 하지만 처와 아들, 딸이 막노동까지 하면서 자금을 만들어 줘 근근이 버틸 수 있었죠.”
강씨는 축구화의 성능 향상을 위해 아직 할 일이 많다고 말한다. “특허를 받긴 했지만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좀 더 가벼운 소재를 사용하고 디자인도 다양화하는 등의 노력을 계속해 나갈 겁니다. 이 밖에 축구화 가죽과 밑창 부분의 신소재도 개발하려고 합니다.”
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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