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전망대]임규진/은행과 기업의 상생

  • 입력 2004년 6월 20일 17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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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영기 행장님.

8일 경기 수원시에서 우리은행 주최로 열린 ‘은행장과 중소기업인 간담회’는 유익한 만남이었다는 생각입니다.

이날 30여명의 중소기업인이 쏟아낸 불만은 모든 은행장님들에게도 참고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기술력이 풍부한 유망한 회사인데도 담보가 없다는 이유로 대출을 안 해줍니다. 정보기술(IT) 등 전문분야를 이해하려면 최소한 1년은 걸립니다. 담당직원을 공부시켜 놓으면 다른 데로 발령이 나버립니다.”

“기업이 조금이라도 어려워질 기미가 보이면 자금을 회수해 버리는 관행은 여전합니다.”

“일선영업점이 위축되면서 대출받기가 어렵습니다. 대출심사의 권한과 책임이 본점에 집중돼 있기 때문입니다.”

참 난감하셨으리라 생각됩니다. 그렇다고 고객의 돈을 함부로 대출해줄 수도 없는 일입니다.

하지만 담보 대출에만 안주한다면 은행이 부동산임대업자나 고리대금업자와 무슨 차이가 있겠습니까.

‘경제의 혈액인 돈이 돌지 않는다’(본보 10일자 A1면 기사)에 따르면 여윳돈은 은행으로 몰리고 있지만 은행들은 대출할 데가 없어서 고민이라고 합니다. 돈이 돌지 않으면 경제도 사람의 몸처럼 손발부터 썩어 들어갑니다. 그 증세 중 하나가 중소기업이 자금난으로 쓰러지는 것이지요.

물론 은행이 대기업투자와 민간소비 활성화까지 책임지긴 어렵습니다. 그렇지만 중소기업 투자 활성화만큼은 은행이 맡아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기업이 살아야 은행도 살 수 있으니까요. 이 같은 상생(相生)은 결국 나라경제가 사는 길이기도 하고요.

2004년 6월 16일 동아일보 경제부 기자 임규진.

임규진 기자님.

간담회에서 중소기업인들로부터 애로사항을 듣고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중소기업의 기술과 성장가능성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전문가가 부족했던 게 사실입니다. 그러다 보니 담보 대출에 많이 의존해 왔습니다.

중소기업인들의 지적을 겸허히 수용하여 다음과 같은 약속을 드리고자 합니다.

첫째, 중소기업전문가(SRP)들을 대상으로 업종별 전문가를 양성하여 전문가의 눈으로 기업의 기술력을 평가하도록 하겠습니다. 여신 심사과정에서도 SRP들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도록 하겠습니다.

둘째, 과거에는 2∼3년 주기로 직원을 순환 배치했으나 앞으로는 한 지역에서 장기간 근무하게 하여 고객을 제대로 알 수 있는 지역전문가로 만들겠습니다.

셋째, 중소기업 지원센터를 설립하여 조직관리, 인사관리, 회계 및 자금관리방법 등 중소기업이 취약한 부문에 대한 경영컨설팅을 지원하겠습니다.

궁극적으로 은행과 기업을 상생의 관계로 만들어 갈 생각입니다.

중소기업의 발전은 국가경제를 살리는 큰 힘이 될 것입니다. 이러한 은행의 노력이 결실을 볼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부탁합니다.

2004년 6월 18일 우리은행 은행장 황영기.

임규진 경제부차장 mhjh2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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