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월드]현장에서/리콜은 자동차 발전의 藥

  • 입력 2004년 6월 14일 16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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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소비자는 리콜에 민감한 것 같아요. 사실 자동차 업체가 자체적으로 실시하는 ‘자발적 리콜’은 오히려 소비자를 배려하는 건데….”

메르세데스벤츠 독일 본사가 최근 전자식 브레이크 보조장치의 결함으로 중형 세단인 E클래스와 2인승 로드스터 SL모델에 대해 자발적 리콜을 실시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이날 만난 한 30대 사업가에게 “자동차 리콜 기사를 쓰고 왔다”고 말했다.

그는 수년간 해외에서 유학생활을 한 경험을 바탕으로 “자발적 리콜이 늘어난다는 것은 오히려 자동차회사들이 선진화한다는 의미”라며 열변을 토했다.

그의 차도 벤츠라는 생각이 들어 리콜 대상 차종이 벤츠의 일부 모델이라고 말해주었다. 그 말을 들은 그의 눈빛이 갑자기 바뀌었다.

“뭐라고요? 어떤 모델, 몇 년식이죠?”

자동차 리콜에 대한 일반인의 생각도 이 사업가의 태도와 다르지 않다. 자동차회사가 자발적 리콜을 실시하는 게 ‘책임 경영’의 일환이라고 이해하면서도 내 차가 대상이라면 찜찜해 하는 것.

자동차회사들은 섭섭하다는 반응이다. 특히 첨단 전자장치를 자동차에 접목하는 기술 개발에 열을 올리는 일류회사일수록 더욱 그렇다.

메르세데스벤츠의 홍보담당자는 “전자식 브레이크 보조장치는 차를 멈추게 하는 브레이크와는 전혀 관계가 없고, 사고 때 인명 보호를 위한 보조수단”이라며 “추가로 장착한 안전장치에 문제가 있는 것이어서 더욱 열심히 하려다 혼난 셈”이라고 항변했다.

수입차 업계의 관계자는 “자동차가 진화하는 과정에서 빚어지는 ‘시행착오’는 끊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동차 발전이란 면에서 시행착오는 환영할 만한 일이다. 자동차의 안전 관련 기술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향상돼 왔다. 리콜 문화도 시행착오를 통해 생산자와 소비자의 신뢰를 깊게 하는 방향으로 정착될 것이다.

자동차회사들은 꾸준히 자발적 리콜을 할 필요가 있다. 소비자가 자발적 리콜조차 긍정적으로 수용하지 않는 것은 기업들이 그동안 문제가 생기면 숨기는 데 급급한 모습을 보인 것과 무관치 않다.

결함이 있을 때 숨김없이 털어놓다보면 ‘리콜=불량품’으로 보는 소비자의 인식도 바뀌지 않을까.

김현진기자 br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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