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한숨’…각종규제→거래중단→이사포기

  • 입력 2004년 6월 2일 18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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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상록마을. 이곳 13개 부동산 중개업소 가운데 8곳이 매물로 나와 있었다.

공인중개사 K씨는 “최근 3개월 동안 계약서를 한 장도 써보지 못한 업소가 대부분”이라며 “중개업소도 팔리지 않아 폐업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서울 강동구 길동 S아파트에 사는 채정석씨(38)는 지난달 송파구 문정동으로 이사 갈 예정이었으나 포기했다.

살던 아파트의 취득세와 등록세가 2000여만원이나 올라 팔리지 않기 때문. S아파트는 최근 1년간 500만원 오르는 데 그쳤으나 주택거래신고지역으로 묶여 세금 부담이 크게 늘었다.

올해 들어 주택거래신고제 도입, 투기과열지구 지정 확대, 분양권 전매 금지 등 집값을 잡기 위한 규제가 잇따르면서 부동산 거래가 사실상 마비 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실수요자 가운데 각종 규제와 세금 부담으로 집을 사고팔지 못해 낭패를 보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중소 자영업자들은 부동산에 돈이 묶여 부도 위기에 몰리는 등 부동산발(發) 자금 경색마저 우려된다.

4월 26일 서울 강남권 등 4곳에 주택거래신고제가 도입된 후 6월 1일까지 주택거래 건수(지자체 검인 건수)는 서울 강남구 38건, 송파구 58건, 강동구 40건, 경기 성남시 분당구 41건 등에 그쳤다. 이곳들의 예년 월평균 거래 건수는 각각 500∼600여건.

대구에서 섬유업체를 운영하는 S사장은 “회사 운영자금을 마련하려고 집과 땅을 내놨으나 4개월째 팔리지 않아 1차 부도를 맞았다”고 말했다.

거래 중단은 새 아파트 입주 포기와 대량 미분양 사태로 이어지고 있다. 주택업계에 따르면 4월 이후 완공된 수도권 85개 단지 중 절반 이상이 입주율 40%를 밑돌고 있다.

분양률이 10%를 밑도는 곳이 속출하면서 주택업체들은 신규 사업을 포기하거나 미루고 있다. 올 1∼4월 주택건설 실적은 전년 같은기간 대비 40% 감소한 8만2158가구에 그쳤다.

홍익대 김종석(金鍾奭·경제학) 교수는 “부동산 거래의 위축은 은행의 대출 축소와 같은 효과가 있다”며 “거래 실종으로 경제 주체들이 구매력과 투자 기회를 잃으면 내수부진의 골이 깊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은우기자 libra@donga.com

조인직기자 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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