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기업24시/남동공단 삼공기어공업

  • 입력 2004년 5월 25일 18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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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자동차 부품 제조기술이 세계적 수준에 올랐어요. 이제 국내에서 만든 자동차는 15년 이상 타도 끄떡없다고 봅니다.”

인천 남동구 고잔동 남동공단에서 자동차용 동력 전달장치인 기어를 생산하는 삼공기어공업㈜의 형종호 회장(73)은 매일 오전 7시반이면 어김없이 회사에 출근해 작업복으로 갈아입는다.

생산현장 곳곳을 돌며 기계의 정상가동 여부를 점검한 뒤 밤샘 작업을 한 직원들에게 아침인사를 건넨다.

“자네 요새 왜 그렇게 얼굴이 푸석푸석한가? 건강이 최고야. 바쁘겠지만 시간을 쪼개 운동 좀 하게.”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한 그의 원래 꿈은 교사. 하지만 휴학 중 우연히 미군부대 등에서 내다버린 자동차부품을 개조해 판매하는 서울의 한 철공소에 취직하면서 자동차 부품산업과 인연을 맺었다.

1967년 이 회사의 전신인 ‘원공사’를 설립한 그는 주로 버스와 트럭에 사용되는 기어 등을 수리하기 시작했다.

회사 앞마당은 수리를 위해 순서를 기다리는 차량으로 매일 빼곡히 들어찼고, 목돈을 마련한 그는 3년 후 공작기계를 수입해 기어를 만들기 시작했다. 국내 최초의 자동차 회사인 새한자동차에 기어를 납품했다.

그러나 기어가 마찰을 이겨내지 못하고 자주 깨지는 단점이 발견됐다. 기어의 성능을 좌우하는 열처리 기술이 엉망이었기 때문.

그는 주저 없이 자동차산업이 번창하고 있던 일본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현해탄을 넘나들며 일본 유명 기어 제조업체의 기술을 받아들인 결과 82년부터 ‘제대로 된’ 변속용 기어를 만들 수 있었다.

그는 회사를 차린 이후 지금까지 다른 자동차 부품에 눈을 돌리지 않고 오직 기어만 생산해왔다.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 분야에서 최고의 제품을 만드는 것이 중소기업의 경쟁력이라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

현재 140명의 직원이 국내외 상용차는 물론 트랙터 등 농기계에 들어가는 1500여종의 기어를 생산하고 있다. 회전방향을 양 바퀴에 전달하는 파이널기어와 속도를 조정하는 변속기어 등이 주력 생산품.

생산량의 70%는 미국과 영국, 중국 등 30여개 국가에 수출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은 170억원.

창업 초기부터 직원들 명의로 예금을 들었다가 만기가 되면 직원에게 불쑥 내밀던 그는 85년부터 모든 직원의 자녀가 중학교에 진학하면 학비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외국인 근로자의 자녀도 예외가 아니다.

최고의 품질과 정확한 납기, 경쟁력 있는 가격 등 3가지 요건을 함께 충족시키는 것이 기업의 생존조건이라고 생각해 회사이름을 ‘삼공(三共)’이라고 지었다고 형 회장은 설명했다.

그는 “오랜 기간 바이어들과 신뢰를 갖고 거래를 해왔기 때문에 별도의 영업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며 “서로 맞물려 돌아가는 기어의 톱니바퀴처럼 늘 한결같은 생활을 해온 것이 건강의 비결”이라고 말했다.

황금천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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