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비즈니스 ‘영어는 No’

  • 입력 2004년 5월 19일 18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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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국어만 고집하지 말고 현지 언어를 배우세요.’

본사가 위치한 나라의 언어 또는 영어만을 사내(社內) 회의에서 사용토록 하거나 현지 직원들에게 영어 등을 배우도록 하는 대신 거꾸로 자신이 현지 언어를 익히는 다국적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늘고 있다.

현지 직원들과 원활한 의사소통을 할 수 있어야 경영 효율을 높일 수 있을 뿐 아니라 현지 언어를 알아야 문화를 이해할 수 있고 소비자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 18일자는 “일부 다국적기업들은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CEO들에게 자신이 근무하는 나라의 언어를 의무적으로 배우도록 하는 정책을 쓰고 있다”고 보도했다.

5년 전 프랑스 르노가 일본 닛산자동차를 인수했을 때 닛산은 영어를 사내 공식 언어로 채택했다. 직원들은 영어를 배워야 했고 회의도 영어로만 진행됐다.

하지만 얼마 전 르노 본사에서 일본 닛산자동차로 파견간 르노의 임원 티에리 비아듀는 현재 일본어를 열심히 배우고 있다. 때로 영어를 잘 못하는 직원들에게 통역사를 통해 이야기 할 때마다 일본인 직원과 자신 사이에 ‘벽’이 있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

비아듀씨는 이제 회의 때 일본어와 영어를 섞어 쓸 정도가 됐다.

독일의 다국적기업 지멘스는 사내 공식 언어로 독일어만을 고집하지 않는다. 독일어를 하지 못하는 임원들은 영어를 할 수 있으면 된다.

또 해외 현지법인에서 근무하는 임원들은 의무적으로 현지 언어를 배우도록 하고 있다. 예컨대 중국 현지법인의 에른스트 베렌스 사장의 경우 중국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한다.

스위스 다국적기업 ABB의 피터 루프 중국 현지법인 사장도 중국어를 배웠다. 중국인 직원들과 말이 통하지 않다보니 효율이 떨어진다고 판단했다.

루프 사장은 “중국인 직원들은 상사에게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말하지 않는다”며 “언어 장벽을 넘어야 마음의 벽을 넘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네덜란드의 필립스나 미국의 제너럴 일렉트릭(GE)의 경우 영어를 사내 공식 언어로 쓰고 있다. 해외에서 근무하는 임원들에게 반드시 현지 언어를 배우도록 하는 것은 아니지만 현지 언어를 말할 줄 아는 현지법인 임원들이 점점 늘고 있다.

GE의 수잔 피터스 인사 담당 부사장은 “해외에서 근무할 임직원을 뽑을 때 영어 이외의 다른 나라 언어를 말할 줄 안다는 것은 큰 장점”이라며 “직원들의 언어 실력을 꼼꼼하게 체크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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