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먼데이’ 원인은 ‘셀 코리아’

  • 입력 2004년 5월 19일 18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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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투자자는 결코 산타클로스가 아닙니다.”

종합주가지수가 4월 23일 연중 고점(936.06)을 찍은 뒤 20여일 만에 200포인트 이상 폭락하자 증권가 일각에서는 그 원인으로 외국인투자자의 ‘셀 코리아’를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전직 기업분석가 출신 기업인 L씨는 “투자 수익을 위해 움직이는 외국인투자자들로서는 악재가 생기면 투자자금을 빼는 것은 당연한 이치”라고 주장했다.

국내 증시에서의 외국인투자 비중은 이미 40%(시가총액 기준)를 넘어섰다. 외국인들의 매매동향에 의해 주가등락이 결정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이번 주가 폭락기간 중 외국인이 매도한 물량은 2조5800억원 수준이었다. 이는 외국인들이 올해 들어 4월 말까지 순매수(산 주식에서 판 주식을 뺀 것)한 11조4100억원의 5분의 1에 그친다.

하지만 외국인을 빼고는 마땅히 주식을 살 만한 투자층이 사라진 상태에서 주가는 급락을 거듭했고, 이에 놀란 국내 기관투자가와 개인들이 뒤따라 매물을 쏟아내면서 주가 폭락으로 이어진 것이다.

이 과정에서 사라진 시가총액은 외국인의 순매수 금액의 45배인 90조원(거래소 기준)에 육박한다.

B자산운용사 사장은 “외국인들이 본격적으로 ‘셀 코리아’를 하게 된다면 ‘한국의 불안한 정치 경제적 투자환경’이 그 계기가 될 수 있다”고 꼬집는다.

그는 “외국인들은 싱가포르 등 동남아에 있을 때는 한국만한 매력적인 투자처가 없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한국에 들어와 몇 개월 체류하다 보면 한국처럼 불안한 시장도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근의 급등락을 반복하는 ‘롤러코스터’ 장세는 외국인에게도 결코 좋은 모습으로는 비치지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외국인들은 18, 19일 이틀 동안 주식을 사들였지만 최근의 순매도 기조가 바뀐 것으로 보는 증권전문가들은 별로 없다. 고유가와 미국 금리 조기 인상설, 중국의 경제긴축 움직임 등과 같은 악재가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모건스탠리증권의 아시아시장 전문가인 앤디 시에도 최근 보고서에서 “아시아시장에서 신용대란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며 “아시아 자산시장의 조정은 앞으로도 6개월 더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황재성기자 jsonhng@donga.com

김창원기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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