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받쳐줄 ‘허리’가 없다… 부품-설비 해외 의존

  • 입력 2004년 4월 19일 17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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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수출은 19.3% 증가했지만 내수의 극심한 침체로 경제성장률은 3.1%에 머물렀다. 한국 경제성장의 선순환 구조에 빨간 불이 켜진 것이다.

수출과 내수가 단절되면서 경제 성장능력이 떨어지고 있다. 또 부품과 설비의 높은 해외의존도와 수출기업의 고용 창출 능력 약화, 기업의 투자 기피가 지속되면서 좀처럼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고 있다.

반도체와 자동차 등 5대 수출 주력 품목을 받쳐줄 중견기업들의 일류 제품이 마땅히 없는 것도 경제성장이 부진한 요인으로 꼽힌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수출이 잘 되면 국내 설비투자가 늘어나는 ‘수출 호조의 설비투자 유발효과’가 2002년부터 떨어지고 있다. 반면 설비투자의 해외의존도는 기계류 등 자본재 수입이 늘면서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 제조업체가 구입한 반도체 장비 가운데 78%(금액 기준)는 외제였다.

또 지난해 컴퓨터와 전자부품·통신기기 부문의 신규 채용률은 각각 2.56%와 2.64%로 정보기술(IT) 업종의 수출 신장에도 불구하고 전년보다 0.81%포인트와 0.01%포인트 하락했다.

본보 특별취재팀이 확인한 결과 자동차부품과 섬유, 염색 등 전통 제조업종이 집중돼 있는 부산 대구 광주 등 지방공단에서는 비용을 줄이기 위한 자동화나 공정개선을 제외한 신규 투자가 사실상 이뤄지지 않고 있다.

디지털TV 등을 생산하는 삼성전자 수원공장의 고용 인력은 1996∼2004년에 11% 증가하는 데 그쳤다.

대구염색공단본부 채규락(蔡奎諾) 이사는 “섬유업 전체가 위축되면서 기업들이 덩치가 작아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모두 기업 규모를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화학섬유업계 간판기업인 코오롱그룹의 매출은 2001년 이후 4조2000억원 안팎에서 제자리걸음을 하는 등 한국경제의 ‘허리’에 해당하는 중견기업이 제대로 활로를 못 찾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서중해(徐重海) 연구위원은 “4대 그룹은 외환위기 이후 활발한 구조조정으로 핵심 산업에 진입했지만 나머지는 기존 주력 업종을 고수해 그룹간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원재기자 wj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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