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신탁업계 “변해야 산다”…유동화 사업 발굴 적극 나서

  • 입력 2004년 4월 7일 17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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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신탁업계가 1922년 이후 82년만의 신탁업법 전면 개정을 앞두고 새로운 사업 발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일본 금융청이 최근 국회에 제출한 신탁업법 개정안에 따르면 신탁회사가 수탁할 수 있는 재산의 범위가 저작권과 특허 등으로 크게 넓어졌고 신탁업을 할 수 있는 기업도 금융기관에서 일반기업으로까지 확대됐다.

이에 따라 신탁업계는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새로운 사업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최근 일본 아사히신문 보도에 따르면 가장 많은 기업이 군침을 흘리고 있는 분야는 저작권 유동화 사업. 자금이 부족한 애니메이션과 게임제작사가 구상 단계의 신작 저작권을 신탁하면 신탁회사는 작품이 완성된 후 얻을 수익의 일부를 배당하는 ‘신탁 수익권’을 소액 투자가에게 파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모인 자금은 신작(新作) 제작비로 충당된다.

주오미쓰이 신탁은행은 지난해 가을부터 저작권법에 밝은 전문가들을 초청해 계속 세미나를 열고 있다. 은행측은 “저작권 유동화를 통해 제작회사는 구상만으로 자금을 모을 수 있다”며 “유명 영화감독과 인기 게임 시리즈 등을 잡으면 사업 전망이 밝다”고 말했다.

미쓰비시 신탁은행도 “유명 작품 시리즈는 판매 전망을 세우기 쉽고 투자자에게도 매력적”이라며 애니메이션 제작회사 등과 정보 교환에 한창이다.

미즈호 신탁은행은 와인 유동화 사업에 착안했다. 자금이 부족한 와인 수입업자들이 신탁은행을 통해 와인이 숙성하는 수년 후의 수익권을 투자자에게 팔아 급전을 조달하는 방식. 와인은 시간이 흐를수록 자산 가치가 올라가는 만큼 이 은행은 와인 유동화 사업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반면 일본 특허권은 ‘금전적 가치와 장래 수익을 계산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유동화가 어렵다는 전망이 강하다.

이런 가운데 UFJ신탁은행은 특허권 중개 사업을 모색하고 있다. 중소기업과 대학이 갖고 있는 특허권을 수탁해 상품화 능력이 있는 대기업에 소개해 수수료를 받는 방식이다.

대기업은 직접 신탁회사를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기업 자체에서 보유하고 있는 특허 등 지적재산을 관리하는 데 신탁 방식을 이용한다는 구상이다.

일부 종합상사에서도 “지적재산권을 살린 실제 비즈니스에 강점이 있다”며 참여를 모색하고 있고 생명보험업계는 고객을 신탁은행에 유치해 수수료 수입을 기대할 수 있는 대리점 개설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배극인기자 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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