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이 여행산업 뿌리째 바꾼다…사이트 통해 가격비교

  • 입력 2004년 3월 29일 19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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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태국 파타야 4박5일 여행비용은 80만원대였다. 요즘 비용은 60만원. 10년이 지났는데 비용이 오히려 줄었다. 수요와 공급이 모두 늘어난 탓도 있지만 인터넷이 가져온 효과가 크다. 인터넷이 여행산업을 변화의 소용돌이 속으로 몰아넣고 있는 것이다.

소비자가 사이트를 통해 여행상품의 가격을 비교할 수 있고 원가 구조까지 알게 되면서 여행사의 폭리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다음과 프리첼 등에 모인 여행 동아리 회원들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공동구매를 통해 가격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유럽 배낭여행 관련 동아리는 회원이 6만명을 넘어 여행사가 가격 인하 요구를 거부하기 어렵다.

순천향대 이영관 관광경영학과 교수는 “수천개의 여행사가 난립하고 정확한 통계도 없을 정도로 여행산업이 영세한 상태”라며 “인터넷이 박리다매(薄利多賣)가 가능한 대형 여행사와 특화된 상품만 판매하는 전문여행사만 생존할 수 있도록 산업구조를 바꾸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터넷은 상품의 질 경쟁도 유도한다. 소비자가 불만을 참지 않고 각종 사이트에 여행사를 비판하는 글을 올리기 때문이다.

일부 여행사는 고객이 인터넷에 불만을 올려도 다른 고객은 이 내용을 볼 수 없도록 차단하고 있다. 하지만 효과가 별로 없다. 고객이 문화관광부, 관광공사 홈페이지는 물론 각종 사이트에 항의의 글을 띄우기 때문.

또 여행 동아리 카페에 수많은 여행체험기가 올라오기 때문에 고객만족도가 여행사의 생존을 좌우하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하나투어 등 대형 여행사들은 주요 관광지에 현지법인을 설립하고 있다. 옵션상품 강요, 계약서에 없는 비용부담 요구 등 소비자 불만을 미리 없애겠다는 의도.

하나투어 오형수 홍보팀장은 “특히 성수기 때 제휴관계를 맺고 있는 외국 현지 여행사들이 불성실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례가 많아 브랜드파워 하락으로 이어진다”며 “여행상품의 핵심인 체험과정을 아웃소싱하면 다른 여행사와 차별화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온라인으로만 영업하는 순수 온라인여행사들은 고객이 여행 검색엔진을 통해 스케줄, 호텔, 항공사, 옵션투어를 각자 선택하는 개별여행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패키지투어가 기성양복이라면 개별여행상품은 맞춤양복에 가깝다.

온라인여행사인 넥스투어 홍성원 사장은 “30, 40대의 해외출장, 배낭여행을 가는 대학생, 신혼여행 등이 인기를 끌고 있다”며 “현재 10% 수준인 온라인 구매가 5년 안에 절반을 차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온라인 및 오프라인을 병행하는 대형 여행사들은 “아직 해외여행의 주류인 40대 이상은 온라인으로만 여행상품을 구입하는 데 저항감이 크다”며 “10년 정도 지나야 개별여행상품이 주력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병기기자 ey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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