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스트 ‘거품’ 경고-선진국 집값 폭등 “불길한 징조”

  • 입력 2004년 3월 22일 18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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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선진국들의 집값이 최근 들어 다시 폭등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의 경제주간지인 이코노미스트가 각국 통계기관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주요 선진국들의 집값이 한때 진정되는 듯한 기미를 보였다가 최근 들어 크게 상승하고 있다는 것.

미국의 경우 지난해 4·4분기(10∼12월) 동안 집값 상승률이 분기별 상승률로는 2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4·4분기 미국 집값은 1년 전에 비해 8.0%가 올랐다.

호주도 2003년 4·4분기 집값이 1년 전에 비해 18.9%가 상승했다. 프랑스 이탈리아도 지난해 집값이 계속 급등하면서 이제는 집값 상승률에서 영국을 앞서고 있다. 2002년에 25% 이상 집값이 급등했던 영국의 경우 상승률이 다소 낮아졌지만 여전히 10%대에 육박하고 있다.

이처럼 집값이 급등하면서 소득 대비 집값 수준도 사상 최고 수준이라는 것이 이코노미스트의 분석. 현재 영국, 아일랜드, 네덜란드의 소득 대비 집값은 30년 전에 비해 50% 이상 높다.

이처럼 소득에 비해 집값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집값에 ‘거품’이 많이 끼어 있다는 이코노미스트의 분석이다. 소득대비 집값을 기준으로 미국, 호주, 스페인의 집값은 각각 23%, 33%, 68% 정도 ‘거품’이 끼어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 대상 주요 선진국 중에서는 일본과 독일에서만 집값이 하락했다.

이처럼 주요 선진국에서 집값이 사상 최고 수준을 나타내는 것은 이자가 사상 최저 수준이기 때문. 소비자들이 싼 이자를 믿고 대출을 통해 경쟁적으로 집을 구입하면서 집값이 오르고 있다. 그러나 싼 이자는 집값 거품 붕괴 시기만을 연기시킨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스위스에 본부를 둔 국제결제은행(BIS)도 최근 분기 보고서를 통해 “과거 집값 추세를 보면 2년 정도 상승세를 보이다가 꺾였다”며 “최근처럼 4년 넘게 집값이 계속 상승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며 경고하고 나섰다.

BIS는 “집값 거품이 커지면 커질수록 집값 붕괴에 따른 충격은 클 수밖에 없다”며 “특히 상당수 국가에서 집값 상승과 함께 가계 부채가 크게 늘어나고 있는 점은 불길한 징조”라고 지적했다.

공종식기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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