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 총재, “산업공동화 급속 진행”…80년대 日보다 심각

  • 입력 2004년 2월 6일 18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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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朴昇) 한국은행 총재는 6일 “국내 산업공동화(空洞化)가 충격 속에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와 함께 더 이상의 원-달러환율 하락(원화가치 상승)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외환시장 개입 의사를 내비쳤다.

박 총재는 이날 금융통화위원회가 끝난 뒤 기자간담회를 갖고 “미국과 일본도 각각 60년대와 80년대에 산업공동화를 맞았으나 보호주의 무역 틀 속에 점진적으로 진행돼 큰 충격이 없었다”며 “반면 우리는 개방경제 체제에서 중국이라는 거대 저(低)임금 경제가 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산업공동화를 맞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 경제가 수출과 내수 양극화, 체감경기 회복 지연, 고용 없는 성장 지속이라는 ‘삼각파도’에 휩싸인 것도 이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박 총재는 “우리 경제가 글로벌 경쟁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고통이 수반되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기업은 고용보장 및 확대, 노조는 임금 인상 및 분규 자제, 정부는 일자리 창출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최근 경기회복이 가시화되고 있지만 체감경기 회복은 상당히 지연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물가 목표도 현 상황에서는 3%대를 유지하는 데 큰 문제가 없으나 원자재 가격 불안정, 임금 및 공공요금 인상 등으로 하반기 물가를 집중 감시해야 한다고 내다봤다.

박 총재는 “환율은 시장 수급(需給) 균형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전제한 뒤 “환율이 더 내려가면 수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박 총재의 이날 발언이 환율 하락을 방어하기 위해 재정경제부와 공동 대응에 나서겠다는 뜻으로 풀이했다.

박 총재 발언 등의 영향으로 이날 원-달러환율은 전날보다 소폭 오른 1168.10원에 마감됐다. 외환은행 하종수 차장은 “오늘 환율 상승은 그동안 지나친 달러 매도에 대한 반발로 해외시장에서 달러가치 하락세가 반등된 것이 주요 이유”라며 “하지만 수급 측면에선 여전히 달러 공급이 우세한 만큼 달러가치 상승세가 지속되긴 어렵다”고 분석했다.

한편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날 콜금리를 연 3.75%에서 동결했다. 이는 작년 7월 연 4.0%에서 3.75%로 인하된 뒤 7개월째 같은 수준이다.

배극인기자 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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