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80년대 減稅-규제완화로 90년대 호황 열어

  • 입력 2004년 1월 13일 17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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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발전 과정에서 전혀 다른 길을 걸었던 미국과 일본은 경기 회복을 위한 탈출 과정에서도 상반된 경로를 걸었다.

미국이 처방한 경기 회복 조치의 대표 사례는 1980년대의 ‘레이거노믹스’. 이는 로널드 레이건 전 미 대통령이 택한 공급 중시 경제학으로 △대폭적인 세금 감면 △재정지출 삭감 △정부규제 대거 완화로 요약된다.

레이건 행정부가 들어선 1981년 미국은 오일쇼크에 이어 물가와 실업률이 동시에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에 시달렸다. 또 높은 소비성향과 낮은 저축률은 민간투자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었다.

레이건 전 대통령은 ‘경기회복조세법’을 마련해 개인소득세 최고 한계세율을 70%에서 50%로 낮췄다. 법인세도 구조물과 장비, 차량 등의 감가상각연수를 단축하는 방법으로 경감했다.

이어 86년에는 개인소득세 최고 한계세율을 50%에서 28%로 깎았다.

이는 세금을 내리면 근로의욕을 자극해 소득이 늘어나고, 다시 저축과 소비 증가로 연결된다는 공급경제학에 기초한 것이다.

하지만 레이건 정부의 희망과 달리 80년대 미국의 경제성장률과 물가, 실업률은 뚜렷하게 호전되지 않았고, 저축과 투자율은 오히려 줄었다. 연방 부채도 80년 9090억달러에서 92년에는 4조달러를 초과하는 부작용만 나타났다.

그럼에도 레이거노믹스가 주목받는 이유는 ‘80년대에 택한 경제정책이 빌 클린턴 행정부에 들어서 효과를 발휘했다’는 사후(事後) 평가 때문이다. 90년대 이후 미국의 경제호황은 ‘레이건이 차려준 밥상’이었다는 것이다.

레이건 전 대통령은 노사 관계에서도 당장의 인기보다는 원칙 준수에 무게를 뒀다.

81년 8월 3일 미국 노동운동의 최후 보루로 꼽혔던 직업항공관제사기구(PATCO)가 총파업에 돌입했을 때 레이건 행정부는 관제 업무에 현역 장병과 예비역을 투입한 뒤 관제사들에게 즉각 복귀하도록 명령했다. 노조는 힘겨루기를 시작했지만 2주 만에 굴복하고 파업을 풀었다. 그러나 정부는 즉각 복귀명령을 이행하지 않은 노조원을 전원 해고하라고 명령했다. 법과 원칙을 지키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

한국개발연구원(KDI) 고영선(高英先) 연구위원은 “한국도 중장기적인 세제개편방향에 부합하고 재정건전성을 크게 저해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감세(減稅)정책을 적극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미국의 감세정책은 지출 증가 억제조치가 없는 상황에서 실시돼 재정수지 악화를 초래했지만 과감한 세금 감면을 통한 경기 부양은 그 자체로서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일본은 반대의 경우다.

90년대 들어 버블경제가 꺼지고 장기침체를 맞은 일본은 감세보다는 공공사업 등 확장 재정·통화정책을 실시했다. 재정정책에서는 92년부터 2002년까지 총 136조엔 규모의 부양책이 추진됐다. 이 가운데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는 59조엔이지만 감세 규모는 17조엔에 불과했다.

하지만 대규모 공공사업 과정에서 예산 배분에 대한 정치인들의 개입, 지방 정부의 비합리적인 사업 집행 등의 문제점만 쌓여갔다. 특히 일본 경제의 아킬레스건으로 지목됐던 금융시장은 뚜렷한 구조조정 없이 10년 넘게 제자리에서 맴돌았다.

다행히 도요타나 혼다, 소니 등 일본 민간 기업들의 자체 구조조정과 세계 경제의 회복으로 최악의 상황은 벗어났지만 그 과정에 정부의 역할은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의 세제 정책
시기주요 내용
1981년-경기회복조세법(Economic Recovery Tax Act)
·개인소득세 최고한계세율을 70%에서 50%로 인하
·명목 금액으로 고정된 소득구간을 소비자물가상승률에 연동해 자동 조정
·감가상각연수 단축을 통해 법인세 부담 경감
1984년·재정적자 감축 위해 세금 감면 규정 일부 축소
1986년-조세개혁법(Tax Reform Act)
·개인소득세 최고한계세율을 50%에서 28%로 인하
·세금 감면 조항 일부를 폐지해 소득세 체계 간소화
·고소득층에 대한 개인공제 철폐, 저소득층 개인공제는 확대
·법인세율을 46%에서 34%로 인하, 투자세액공제는 폐지
자료:한국개발연구원(KDI)

고기정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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