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는 강남 전세, 집값에 어떤 영향?

  • 입력 2004년 1월 13일 17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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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아파트 전세금이 9주 연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40∼50평형대 중대형은 물론 주거환경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재건축 단지마저 견고한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전세금이 오르면서 작년 10·29주택시장안정종합대책 이후 급락하던 아파트 매매가도 추락세를 멈췄다. 최근 국민은행이 전국 아파트 2730개 단지의 변동률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29일 대비 5일 변동률이 0%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0·29 대책 이후 지속되던 하락세가 8주 만에 멈춘 것으로 부동산 업계 일부에서는 ‘10·29대책의 약발이 떨어진 게 아니냐’는 성급한 풀이까지 나오고 있다.

▽강남구 전세금은 ‘독불장군’=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대비 올해 1월 9일 현재 강남구의 전세금은 평균 3.44% 상승했다. 같은 기간 서울지역 전체 평균 변동률이 0.61% 하락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강남구에서 높은 상승률을 보인 단지는 도곡동 대치동 압구정동 등 학군 우수지역. 20평 이하 소형 평형(-0.74)을 제외하고는 전 평형이 1∼6%가량 상승했다.

특히 중고교생 자녀를 둔 가정의 비중이 높은 30평형대와 40평형대가 각각 6.27%와 5.40%씩 올라 상승세를 주도하고 있다.

대치동에서 전세금이 가장 많이 오른 단지는 선경아파트 2차 45평형과 1차 42평형으로 7500만원씩 올라 각각 5억1500만원과 4억7500만원.

같은 동 청실1차 31평형은 9월 말 2억1000만원에서 1월 9일 현재 5000만원이 뛰어 최고 상승률(23.8%)을 기록했다.

부동산114 김규정 과장은 “연말 연초에 강남 학군을 겨냥한 전세 수요는 늘고 있지만 올해부터 양도세 비과세 요건이 3년 보유 2년 거주로 강화되면서 비과세 조건을 갖추기 위해 전세매물은 줄고 있다”고 원인을 설명했다.

▽매매가 상승 랠리로 이어지나=특히 재건축 절차를 밟고 있는 송파구 잠실주공이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12월 25일까지 하락하던 아파트 시세가 하락세를 멈추고 일부 단지에서는 500만∼1000만원씩 소폭 상승하는 현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1단지 13평형이 최근 2주 사이에 4억3000만원에서 4억5000만원으로 2000만원가량 올랐고 3단지 15평형과 17평형은 각각 500만원, 1000만원 올라 4억4500만원, 6억400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강남권 아파트 매매시세가 아직 상승세라고 하기에는 이르지만 호시탐탐 분출구만 찾고 있는 유동자금의 인화성을 감안하면 안심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격주간지 부동산플러스 권순원 부장은 “지난해 정부 대책이 쏟아지면서 아파트 가격 하락이 이어지자 추가하락을 기대하는 매매 수요가 전세로 돌아섰다”면서 “하지만 전세금의 상승은 매매가 상승이라는 부메랑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전세금 상승세와 매매가 하락폭 둔화는 일시적인 현상일 뿐 본격적인 상승랠리로 해석하는 데는 무리라는 주장도 있다.

분양권 전매금지, 1가구 다주택자에 대한 전방위 압박이 가해지면서 투자수요가 발붙일 여지가 없어졌다는 것.

송파구 잠실동 에덴공인 김치순 사장은 “최근 매매 움직임은 10·29대책 이후 1억원 가까이 급락해 추가 하락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매수자들이 사들이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올해 새로 구입한 재건축 아파트는 입주 때까지 전매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지금 사는 사람은 실수요자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김창원기자 changkim@donga.com

▼수도권 일부선 '逆전세 대란' ▼

서울 강남구를 제외한 수도권에서는 전세금 하향 안정세가 이어지면서 ‘역(逆)전세’ 대란이 심화되고 있다.

특히 전세금 하락폭이 큰 수도권 외곽에서는 계약기간이 만료됐지만 집주인이 전세금을 내주지 못해 오히려 세입자에게 금융이자를 월세 형식으로 주는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

경기 성남시에 사는 김모씨는 2년 전 재건축을 앞둔 성남시 태평동 22평형 아파트를 투자목적으로 9250만원에 매입했다. 전세금 6750만원을 빼면 자기 투자금액은 2500만원.

이 아파트는 그동안 6500만원이 올라 1억5750만원이지만 전세금 시세는 오히려 3250만원이 떨어져 3500만원까지 내려앉았다.

김씨는 계약이 만료돼 전세금을 돌려줘야 한다. 하지만 당초 자기투자 금액이 적어 전세금을 돌려주기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다. 은행담보대출 비율도 40%까지 낮아져 대출을 받아도 보증금을 돌려주기 어렵다. 그렇다고 시세보다 1000만∼2000만원씩 낮춰 헐값에 내놓기에는 그동안 기다린 2년이 너무 아까웠다.

김씨는 결국 세입자와 3500만원에 재계약하는 대신 차익금 3250만원에 대한 이자를 매월 월세 형식으로 주기로 했다.

이는 철거를 앞둔 일부 재건축 아파트 등 2년 전에 비해 전세금이 크게 떨어진 지역에서 자주 보이는 현상이다. 자기 자본 없이 전세를 끼고 무리하게 융자를 받아 집을 구입한 것이 화근이 된 셈이다.

격주간지 부동산플러스 양미라 팀장은 “전세금이 급락하고 담보대출 비율도 축소되면서 전세금 차액을 돌려주지 못해 집주인이 월세를 주는 상황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면서 “높은 수익률이 예상되는 아파트라도 안정적인 자금조달 계획이 없으면 낭패를 보기 쉽다”고 말했다.

김창원기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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