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우병 젖소 캐나다産확인]美-加 ‘쇠고기 압력’ 공조할듯

  • 입력 2004년 1월 7일 18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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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가 ‘광우병(狂牛病) 감염 젖소’가 캐나다산(産)이라고 공식 발표함에 따라 ‘광우병 사태’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게 됐다.

미국은 ‘광우병 발생 국가가 아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한국과 일본 등에 대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 압력을 넣을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지난해 5월 광우병이 발생해 쇠고기 수출길이 막혀 있는 캐나다도 미국과 공조해 광우병 감염국산 쇠고기 수출입 규제를 완화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일 움직임이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이번 미국 정부의 발표에 관계없이 당분간 미국산 쇠고기 수입은 어렵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미국의 쇠고기 수입 재개 압력 거세질 듯=미국은 광우병 감염 젖소의 원산지가 캐나다라는 조사 결과를 크게 반기고 있다. 광우병 발생 국가가 아닌 만큼 주요 미국산 쇠고기 수입 국가인 한국, 일본 등에 대해 수입 재개 압력을 넣을 수 있는 명분을 얻게 됐기 때문.

실제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규제 조치 철회를 촉구하기 위해 일본, 베트남, 홍콩을 방문 중인 미 상원 통상위원회 소속 샘 브라운백 의원도 순방국 정부에 대해 이런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와 별도로 미국은 광우병 감염국산 쇠고기 수출입을 규제하는 국제통상기준 완화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의 경제전문 뉴스서비스 오스터다우존스(ODJ)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이 방안에 대해 국제수역사무국(OIE) 과학위원회의 동의를 얻은 뒤 올 5월 열리는 OIE 총회에서 표결에 부쳐 통과시킨다는 방침이다.

미국 정부가 각국에 대해 쇠고기 수입 재개 압력을 전방위로 펼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캐나다 정부, 미국과 공조(共助) 모색=캐나다 정부는 미 농무부가 광우병 감염 젖소의 원산지가 캐나다라고 발표한 직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12월 미 농무부가 문제의 젖소가 캐나다에서 왔을 가능성이 높다고 발표했을 때 강력히 반발하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 때문에 통상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캐나다가 미국의 발표를 사실상 인정한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 많다.

캐나다는 미국과 대립각을 세우기보다는 공조 체제를 통해 해외의 닫힌 시장을 여는 ‘실리’를 얻는 것이 낫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캐나다 정부는 미국 정부의 광우병 감염국산 쇠고기 수출입 규제 완화 방안에도 적극 찬성하고 있다.

반면 민간 차원에서는 다소 다르다. 캐나다 주요 신문인 ‘토론토 스타’는 수의사 앤드루 나이트 박사의 칼럼을 통해 미국 당국의 광우병 예방조치가 너무 방만하다고 비판했다. 나이트 박사는 미 농무부가 서 있지 못할 정도로 아프거나 다친 소의 쇠고기 판매를 최근에야 금지한 것을 예로 들었다.

▽한국, “당분간 수입 재개 어렵다”=농림부가 문제의 젖소가 캐나다산이라고 해서 당장 달라질 것은 없다는 입장이다. 미국이 ‘광우병 청정국(淸淨國)’ 지위를 다시 얻으려면 발병 원인을 밝혀내 미국 내 사육기간에는 광우병을 발생시킬 이유가 없었다는 객관적인 증거를 제시해야 하며 이때까지는 수입 재개 조치를 내릴 수 없다는 것.

여기에다 OIE의 최종 확진(確診) 절차와 수출국 현지 점검과 수입위생조건 고시 등 수입 재개를 위한 8단계 절차를 밟아야 하기 때문에 조만간 수입이 재개되기는 힘들다고 농림부는 강조한다.

김창섭(金昌燮) 농림부 가축방역과장은 “국민 건강과 직결된 문제인 만큼 수입 금지를 지속하겠다는 정부의 기존 방침에는 변화가 없다”며 “다만 OIE에서 광우병과 관련된 국제 통상기준을 완화하려는 움직임이 있는 만큼 대외 상황을 예의 주시하겠다”고 말했다.


송진흡기자 jinhup@donga.com

김성규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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