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부패 악순환 고리 이젠 끊어야”… 제도개선 촉구

입력 2003-12-11 18:51수정 2009-09-28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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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경제인연합회는 11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전경련회관에서 강신호 회장대행(왼쪽에서 세 번째) 주재로 회장단 회의를 열어 기업 비자금 수사를 빨리 마무리 짓고 정치자금 투명화를 위한 제도 개선을 서두르라고 검찰과 정치권에 요청했다. -전영한기자
전국경제인연합회는 11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회장단 회의를 열고 기업들이 정치자금 문제로 물의를 빚은 데 대해 국민에게 사과했다.

전경련 회장단은 이날 모임에서 “정치자금 문제로 심려를 끼친 데 대해 국민에게 사과한다”면서 “앞으로 불법적인 정치자금을 절대 제공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전경련 회장단은 이어 “이 같은 다짐이 실현되려면 기업들이 정치자금을 투명하게 제공할 수 있도록 정치자금 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며 정치권이 정치자금 관련법을 개정해줄 것을 촉구했다.

전경련 및 재계는 사과와는 별도로 이번 일을 ‘불법 정치자금 수수 관행을 끝내는 기회’로 삼자는 움직임이다. SK에 이어 삼성과 LG도 150억원대의 불법 대선자금을 건넨 사실이 드러나면서 더 이상 숨길 것도 없다는 분위기.

현명관(玄明官) 전경련 부회장은 “회장단은 이번 정치자금 수사가 한국 정치제도의 획기적인 발전을 위해 불가피한 과정이라는 점에 공감했다”고 전했다.

전경련은 지난달 주요 대기업 구조조정본부와 재무팀의 의견을 모아 20만원 이상 기부자에 대한 명단 공개, 지정 계좌를 통한 정치자금 수입 지출 의무화 등을 뼈대로 하는 ‘정치자금제도 개정안’을 내놓은 바 있다. 정치권-기업-시민단체 3자로 구성되는 반부패를 위한 라운드테이블 구성도 제안한 상태.

대기업들의 인식도 달라졌다. A기업 고위 관계자는 “이번만큼은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며 “이 판국에서도 정치자금법 등 개혁입법 처리에 미온적인 정치권이 정말 원망스럽다”고 말했다.

정부도 지원사격에 나섰다. 부패방지위원회는 조만간 부패문제를 논의할 민관협의체를 출범시킬 예정.

김경중(金炅中) 부패방지위원회 정책기획실장은 “해외 투자자들이 대선자금 수사 뉴스만 보고 오해하는 경우도 많다”며 “하지만 변화와 개혁이 없는 사회에서는 검찰수사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수사내용과 우리 사회의 제도개혁 움직임을 영문자료 등을 통해 해외에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다”고 말했다.

전경련은 이미지 개선에도 적극적이어서 29일 사회복지공동모금회(회장 한승헌·韓勝憲)와 공동으로 기업인들이 대거 참석한 가운데 불우이웃돕기 자선모금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다.

한편 전경련은 이번 수사에 기업들이 적극 협조했다는 점을 들어 관련 기업에 대한 형사처벌 최소화와 함께 수사의 조기종결을 촉구했다.

이날 회장단 회의에는 강신호(姜信浩) 전경련 회장대행, 조석래(趙錫來) 효성 회장, 이웅렬(李雄烈) 코오롱 회장 등 11명이 참석했다. 5대 그룹 총수를 포함해 금호와 한진그룹 회장 등은 참석하지 않았다.

공종식기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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