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정미경/KCC 투자행태와 이사회 역할

  • 입력 2003년 11월 11일 18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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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금강고려화학(KCC) 투자 행태는 외국이라면 당장 소액주주 소송감입니다.”(외국계 증권사 애널리스트)

“뭘 그렇게 흥분하세요. 한국 기업들에서 처음 있는 일도 아닌데….”(기자)

“지금은 글로벌 유동성이 워낙 풍부하다 보니 기업 지배구조 문제는 잠시 수면 밑으로 가라앉았습니다. 그러나 조만간 시장 차별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면 경영 투명성은 외국인 투자의 핵심 조건으로 다시 떠오를 것입니다.”(애널리스트)

KCC는 7일 332억원어치(7.5%)의 현대엘리베이터 주식을 사들였다. 8월 20일 지분 1.1%를 인수한 데 이어 두 번째다. 첫 번째 주식 인수가 있고 나서 KCC 주가는 하루 만에 8.5% 떨어졌다. 이번에도 6일부터 11일까지 나흘 동안 15% 가까이 주가가 급락했다.

KCC의 현대엘리베이터 주식 인수가 사업 목적이 아닌 대주주인 정상영 명예회장의 이해관계에 따른 지분 매입이라는 점에서 투자자들은 불안하다. 비(非)영업자산인 만큼 현대엘리베이터 투자액은 KCC 기업 가치를 산정할 때 제외돼야 하고, 그만큼 주가에는 악영향이 미칠 수밖에 없다.

친족회사 경영권을 확보하는 데 회사자금이 동원된 것은 KCC 이사회가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한 견제능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것을 말한다. KCC에는 전체 이사회의 절반 수준인 7명의 사외이사가 있었지만 이번 안건에 대해 제동을 걸지 못하고 ‘거수기’ 역할을 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최근 수년간 국내 기업들의 이사회 개혁에 많은 진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왜 KCC 사태와 같은 주주가치 침해 사례가 꼬리를 무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이사회 개혁이 경영진 부실을 가리는 데만 치중할 뿐 대주주의 독단을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보스턴컨설팅그룹 서울사무소의 폴 카 부사장은 “한국의 기업과 정책 입안자들은 기업 지배구조 이슈를 주주들간의 공평성과 공정성을 높이려는 노력으로 이해해야 한다”면서 “이사회 구성은 소액주주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는 사외이사 선발이 핵심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미경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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