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비자금’ 정치권 회오리]최도술씨 공항서 출국 저지당해

  • 입력 2003년 10월 8일 19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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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비자금사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최도술 전 대통령총무비서관이 법무부의 출국금지 조치 기간 중 러시아를 방문한 것으로 밝혀져 외부의 입김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최씨는 9월 3일 5박6일 일정으로 러시아를 방문하기 위해 인천공항에서 항공기에 탑승하기 전 출국금지 조치가 내려진 사실이 드러나 출국이 잠시 저지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 출국에 앞서 검찰은 최씨가 ‘SK비자금’에 연루됐다는 단서를 미리 포착하고 법무부에 출국금지를 요청한 상태였다.

이에 대해 최씨는 “당시 출입국 심사대에서 ‘이상한 게 있으니 지금 당장 나가는 것은 곤란하다’며 제지했다. 경찰직원이 ‘아무 이상이 없으니 나가라’고 했지만 출입국직원은 ‘아니다.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어 최씨는 “대통령민정수석실측에 ‘이런 일이 있는 데 이유 없이 왜 못나가게 하나. 알아봐 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당시 최씨는 문재인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에게 전화를 걸었으나 문 수석이 자리를 비운 상태여서 민정수석실의 한 행정관이 대신 전화를 받아 “알아봐 주겠다”고 했다는 것. 최씨는 “청와대에서 연락이 없는 상태에서 20분쯤 있다가 출발시간이 임박하자 출입국 직원이 ‘별일 없으니 나가라’고 해 출국했다”고 밝혔다.

당시 최씨의 전화를 받았던 민정수석실 행정관은 “알아봐 달라는 데 못 알아보겠다고 할 수도 없었다”면서 “그러나 워낙 일이 바빠 실제 따로 알아보지도 못했고 이런 사실을 문 수석에게도 보고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최 전 비서관이 현장에서 출입국관리소 등 다른 창구를 통해 알아봤던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확인 결과 검찰은 당시 최씨에 대한 출국금지를 일시 해제했고 최씨가 방문을 마치고 귀국한 뒤 다시 출금조치를 내렸다.

검찰 수사팀은 “최씨 출금해제와 관련해 청와대에서 직접 전화를 받은 적은 없다. 다만 법무부 출입국관리국에서 문의전화가 와 최씨의 혐의가 입증되지 않은 상태인 데다 출금됐다는 사실이 외부에 알려질 경우 수사 보안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출금을 일시 해제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검찰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출금해제 요청서’ 등 일정한 절차를 밟지 않은 채 최씨의 출국을 허용한 것은 외압 의혹을 살 만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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