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마트 저가정책 소비자는 웃지만 직원-공급업체엔 毒

  • 입력 2003년 9월 28일 18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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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매일 가장 싼 가격으로(everyday low prices).’

월마트의 슬로건은 소비자 입장에서는 최고의 미덕이다.

그러나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는 최신호(10월 6일호)에서 “(이 슬로건 때문에) 물건을 공급하는 제조업체나 월마트 직원들은 울상”이라고 전했다. 최저가로 팔면서도 이윤을 남기려면 다른 데서 비용을 줄여야 하기 때문.

비즈니스위크는 “월마트는 찬사와 비난을 동시에 받는 기업”이라고 표현했다.

▽공룡 월마트=세계 1위 유통업체 월마트는 ‘할인점’이라는 업태에 걸맞게 최저가 정책으로 소비자를 사로잡으며 성장을 거듭했다. 매주 1억3800만명이 전 세계 4750개 월마트에서 물건을 산다.

지난해 월마트의 매출은 약2450억달러(약 282조원). 세계 2위 유통업체인 프랑스 까르푸의 3배 규모다. 지난해 미국 가정의 82%는 적어도 1번 이상 월마트에서 쇼핑했다.

뉴잉글랜드 컨설팅사에 따르면 월마트의 저가 정책으로 미국 소비자가 절약한 돈은 지난해 1년간 약 200억달러(약 23조원)에 달한다. 경제전문가들이 월마트가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효과를 낸다고 분석할 정도.

월마트는 올해 미국에서 335개 점포를 새로 열었거나 열 예정이다. 해외에서도 130개 점포가 새로 선보인다. 멕시코와 캐나다에서는 현지 유통업체를 제치고 1위 유통업체가 됐다.

▽공룡의 그늘=지난해 월마트 판매사원의 평균 보수는 시간당 8.23달러로 연봉으로 계산하면 약 1만3861달러(약 1600만원). 2001년 미국 연방정부가 ‘빈곤층’으로 분류한 기준(3인 가족 수입 연 1만4630달러 미만)보다 낮다.

수당도 안 주고 초과근무를 시키거나 여성 직원에게 임금을 적게 주는 등의 문제로 약 40건의 소송이 걸려 있다. 월마트는 이에 대해 모두 부인하고 있다.

월마트의 이직률은 44%. 콜맨 피터슨 인사담당 부사장은 “99년 70%선에서 44%로 떨어진 것은 근무여건이 개선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하지만, 불경기라 직원들이 다른 곳에 취직하기 힘들어 이직률이 줄어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1992년 이후 미국 슈퍼마켓 1만3000여개가 문을 닫았다. 대형 할인매장에 대한 지역사회의 반발이 커지다 보니 샌프란시스코 인근 콘트라코스타 카운티는 2528평보다 규모가 큰 매장을 열수 없도록 하는 조례를 제정하기도 했다.

월마트의 시장지배력이 워낙 강하다 보니 제조업체들은 월마트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전체 매출의 23∼28%가 월마트를 통해 팔리는 다이얼, 델몬트, 클로록스 등 소비재 기업은 납품 단가를 낮추고, 디자인도 월마트가 요구하는 대로 제작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김승진기자 saraf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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