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油價쇼크]“원高에 油高… 내년 계획 어떻게 짜나”

  • 입력 2003년 9월 25일 18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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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분규, 태풍 ‘매미’, 원-달러환율 급락(원화가치 급등), 유가 급등….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각종 악재로 기업경영에 비상등이 켜졌다.

재계로서는 당장 대응방안을 마련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내년 경영계획을 세우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최근 기업경영을 압박하는 환율과 유가는 한국 기업이 통제할 수 없는 해외변수라는 점에서 더욱더 긴장하고 있다.

▽경영계획 짜기 어려운 재계=예년 같으면 지금쯤 각 기업은 내년 경영계획 수립에 들어간다. 하지만 올해는 원-달러환율 급락과 유가 급등이라는 돌출변수로 가능하면 새해 계획을 늦게 확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LG 정상국(鄭相國) 부사장은 “9월 말이나 10월 초에 내년 경영계획의 기본방침(아웃라인)을 마련해 왔지만 올해는 가능한 한 늦게 결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환율하락과 유가상승이 일시적 현상인지 아니면 중장기적 추세인지를 확인한 뒤 경영계획을 마련하겠다는 것.

삼성그룹 관계자도 “구조조정본부 재무팀과 삼성경제연구소에서 내년 경영계획에 대한 작업을 하고 있다”면서도 “최근 급변하고 있는 환율과 유가 등이 세계경제 및 한국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분석이 끝나지 않아 계획을 세우는 데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원-달러환율 하락 속도에 초긴장=재계는 유가보다는 환율에 더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유가 상승은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減産) 결정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는 분석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원-달러환율 하락 속도는 수출기업이 감당하기 불가능할 정도로 빨라 채산성 악화와 수출감소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한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올해 사업계획을 달러당 1100원에 맞춰 세웠기 때문에 올해는 별다른 문제가 없다”면서도 “최근 환율하락 속도가 빨라 내년에는 수출물량과 채산성에 상당한 압박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중소기업협동조합 김종환(金琮煥) 국제협력팀 부장은 “최근 30여개 수출기업에 대해 적정환율을 조사한 결과 달러당 1227원으로 나타났다”며 “현재 환율(1150원) 수준에서 출혈수출을 하고 있는 중소 수출업체가 내수로 돌리려고 하지만 내수시장도 침체에 있어 진퇴양난”이라고 말했다.

대한상공회의소 박형서(朴亨緖) 경제조사팀장도 “미국이 원화가치의 평가절상(원화환율 하락)을 강력히 바라는 움직임을 보여 원화환율하락이 불가피할 것 같다”며 “환율이 급격히 1000원대로 떨어지면 수출기업 타격이 큰 만큼 정부가 환율안정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삼성경제연구소 정문건(丁文建) 전무는 “달러약세와 원화강세는 추세적 현상”이라며 “단기적으로 원가절감 노력으로 대응하되 중장기적으로는 수익성이 한계에 다다른 상품은 포기하고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전환하는 구조조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찬선기자 hcs@donga.com

김두영기자 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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