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현대차 노사, 나쁜 선례 남겼다

  • 입력 2003년 8월 6일 18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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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노조의 파업 종결을 반기기엔 이 회사 노사협상 결과가 국내 노사관계와 경제 전반에 미칠 악영향에 대한 걱정이 앞선다. 이제 현대차는 노사 공동결정 없이는 정리해고나 희망퇴직을 할 수 없다. 노사공동위원회의 심의의결 없이는 국내 공장의 폐쇄는 물론이고 축소도 못하게 됐다. 회사측은 또 합리적인 입법이 이루어지기도 전에 임금삭감 없는 주5일 근무제 실시에 동의했다. 임금은 오히려 1인당 연간 1000만원 안팎을 올려주기로 했다. 이러고도 앞으로의 쟁의행위 자제에 대한 담보는 없다.

고임금 고용보장 등 노조의 기득권을 성역화한 것이 이번 합의의 핵심이다. 결국 인력조정과 투자결정 등 핵심적 경영권 사항에 대한 노조의 간섭과 참여를 인정함으로써 경쟁력 창출에 심각한 걸림돌을 자초한 것이다. 이런 노사관계 틀에 묶이고도 기술력 자본력 경영능력 고용유연성 등에서 훨씬 앞서 가는 선진기업들과의 대등한 경쟁을 기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현대차 노조는 오늘의 축배가 경쟁력 상실과 함께 독배로 바뀔 것을 두려워해야 한다. 사상 최대의 순익을 내고도 기본급 동결을 자청하면서 50년간 무분규의 자제력을 보이고 있는 도요타자동차 근로자들에게서 아무 것도 배우지 못한다면 언젠가 후회할 것이다.

법과 원칙보다는 파업의 힘이 주효한 현대차의 협상결과는 다른 사업장들에도 적잖은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경영 환경의 급변에 기민하게 대응하는 인력 등의 구조조정과 효율 위주의 국내외 투자는 선택이 아니라 기업 생존을 위한 필수사항이다. 그럼에도 노조의 동의 없이는 그 같은 자구적 경영 의사결정이 어려운 선례가 생긴 것이다.

노사정은 지금부터라도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나라 경제의 잠재력을 극대화하는 진정한 공생의 길을 찾아야 한다. 산업자원부가 노동시장의 유연성과 기업경쟁력 제고를 위해 추진 중인 사용자의 대항권 강화 방안이 구체적 결실을 보기를 바라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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