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 '포스트鄭' 누가 이끄나]핵심측근 전문경영 체제로

  • 입력 2003년 8월 5일 17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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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헌(鄭夢憲) 현대아산이사회 회장의 갑작스러운 죽음 이후 ‘포스트 현대그룹’을 이끌어 갈 경영진의 면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정 회장의 타계는 슬픈 일이지만 그룹 계열사들이 정 회장의 굴레에서 벗어나 독자 생존할 수 있는 계기로 삼을 수 있다”고 말해 독립경영체제의 가속화를 점쳤다.

현대상선 고위관계자는 “계열사의 부실화로 정 회장의 지배력이 약해지면서 전문경영인 체제가 자연스럽게 자리 잡아 가고 있다”고 말했다.

▽선장 잃은 현대호(號) 누가 이끄나=현대상선 노정익(盧政翼) 사장, 현대택배 및 현대엘리베이터 강명구(姜明求) 회장, 현대아산 김윤규(金潤圭) 사장 등 고 정 회장의 핵심 측근이 그대로 남아 경영을 챙길 것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그룹내 재무 회계 기획통으로 손꼽히는 노 사장은 77년 현대건설에 입사한 이후 현대그룹 종합기획실 상무와 현대 구조조정본부 부사장, 현대캐피탈 부사장을 거쳐 작년 9월 현대상선으로 자리를 옮겼다. 자동차 운반선 매각 등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올 연말쯤에는 흑자 전환도 가능할 것으로 업계에선 보고 있다.

고 정 회장의 측근이면서도 ‘대북 지원 중단’과 ‘현대계열사 지주회사 포기선언’ 등 옛 현대그룹 계열사와의 단절을 시도해 주목을 받았다.

강 회장은 현대건설 중공업 전자를 거쳐 2001년부터 현대택배 부회장을 지내고 있으며,작년말부터 현대엘리베이터 회장을 겸하고 있다. 현대상선의 지주회사 포기 선언 이후 그룹의 지주회사로 떠오른 현대엘리베이터에 친정체제를 구축하려는 포석으로 받아들여졌다.

이 회사는 하이닉스 등 부실 계열사에 대한 지원 부담이 해소되고 업황이 호전되면서 경영정상화에 성공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현대아산 김 사장은 고인의 유지를 받들어 남북경협사업을 계속해서 맡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회사 형편상 외부의 도움 없이는 남북경협사업의 진전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형편.

현대증권은 조규욱(曺圭昱) 부회장과 올 5월 영입한 김지완(金知完) 사장의 공동 대표이사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김 사장은 노무현 대통령의 부산상고 2년 선배.

▽독립경영체제의 가속화=현대그룹 고위 관계자는 “시장논리로 볼 때 정몽구 회장 등 형제들이 현대그룹을 돕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계열사별로 이미 살 길을 찾아가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으로서는 ‘현대’가 풍기는 부정적인 이미지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고 말해 사실상 ‘그룹의 해체’도 염두에 두고 있음을 시사했다.

현대아산의 경우 당분간 김윤규 사장 중심으로 돌아가더라도 정부의 도움 없이는 정상화가 어려운 상황이어서 정부나 공기업의 영향권으로 흡수될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다.

우리증권 김석생 애널리스트는 “정상화 단계에 있는 현대상선과 현대엘리베이터는 독자생존이 가장 확실한 기업으로 이들의 진로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현대그룹 계열 상장사 올 1,3월 경영실적 (단위:억원,%)
매출액전년동기비영업이익전년동기비순이익전년동기비
현대상사4386-9214-66-55적자전환
현대상선8605-30102-71-918적자전환
현대 엘리베이터8371399305768
현대증권6878-36-484적자전환-597적자전환
현대증권(3월 결산법인)은 2002년 실적. 자료:현대그룹

이강운기자 kwoon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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