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굿모닝의 恨’ 누가 풀어주나

  • 입력 2003년 7월 17일 18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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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간 막일을 하면서 장애인 남편을 부양해 온 50대 주부가장, 평생 동대문시장에서 번데기 노점상을 해 온 60대 할머니, 26년간 새벽길을 쓸어온 환경미화원, 40년간 아파트 입구를 지켜온 경비원, 실의를 딛고 일어서 보려 했던 ‘IMF 실직자’. 어디 이들뿐인가. 굿모닝시티 상가분양사기에 속아 장롱 깊숙이 보관해 두었던 예금통장과 퇴직금을 일거에 날려버린 피해자들의 기막힌 사연이 가슴을 저민다.

분양사기꾼 윤창열씨가 3300여명으로부터 거둬들인 3500억원엔 아들의 군(軍)사고 보상금, 아내의 암수술 비용, 마지막 재산인 전세보증금 등 절박한 피해자들의 생명줄 같은 돈도 들어있다. 그런데도 피해를 보전할 길은 막막하다. 그 엄청난 돈이 다 증발해 버렸으니 피해자들로서는 발만 동동 구를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내는 것도 여의치 않은 듯하니 딱한 노릇이다.

이들은 돈만 사취당한 게 아니라 삶의 희망과 의욕마저 빼앗겼다. 이런 터무니없는 사기가 통할 정도로 허술한 법과 제도에 대한 믿음도 함께 사라졌을 것이다. 감내하기 어려운 좌절과 분노로 어찌할 바를 모를 것이다. 사건이 정치공방으로 변질되면서 자신들의 아픔은 외면당하는 부조리한 현실에 이들의 소외감과 상실감은 한층 더할 것이다.

누가 이들을 그렇게 만들었는가. 윤씨 혼자서인가. 아니다. 무슨 돈인지도 모르고 덥석 받은 정치인, 뇌물을 받고 뒷배를 봐준 국영기업체 간부, 특혜대출로 무분별한 사업확장을 도와준 금융기관, 강요와 협박으로 거액의 돈을 뜯어간 조직폭력배까지 모두 공범이라고 해야 마땅하다.

검찰이 민주당 정대철 대표에 대한 첫 소환장에서 ‘전 재산을 날려버리고 방황하는 대다수 서민들의 허탈감과 절망’을 전한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대형 민생범죄인 이 사건에 대한 검찰의 철저한 수사와 엄정한 법집행만이 조금이나마 이들의 눈물을 닦아주고 한을 풀어주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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