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철퇴'에 부동산업계 대대적 반격

  • 입력 2003년 6월 13일 15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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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안정을 이유로 정부가 무리한 대책을 남발하면서 법조계와 건설부동산업계의 반발을 사고 있다.

특히 부동산업계는 국세청이 일선중개업소에 대해 과잉단속을 벌이자 '비민주적인 불법조사'라고 강력 비난하고 재정경제부 국세청 등이 내놓은 "집값이 하락세로 돌아섰다"는 보도자료에 대해서도 "실제와 다르다"고 정면 반박하는 등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인권침해 논란

국세청은 최근 경기 수원시 장안구 송죽동에 분양된 주상복합아파트 '수원 로얄팰리스'의 청약자 9049명과 당첨자 390명의 명단을 가져간 것으로 13일 확인됐다.

이 아파트의 시행사인 신영은 "국세청이 '투기혐의자를 조사하기 위한 것이니 내 놓으라'고 요구해 청약자와 당첨자 명단을 두 차례에 걸쳐 통째로 넘겨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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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국세청은 "주상복합아파트를 3채 이상 청약한 사람에 대해서만 인적사항을 수집해 왔다"고 주장해 왔다.

이에 대해 법률 전문가들은 중대한 인권침해 행위라고 지적했다.

을지법무법인의 차흥권(車興權) 변호사는 "당첨자가 분양권 전매를 한 뒤 양도소득세를 성실히 냈는지 여부를 조사하는 것이라면 문제가 없겠지만 청약한 사실만 가지고 국세청이 조사를 벌인다는 것은 청약행위를 '탈법적인 투기행위'로 보는 것이어서 인권침해에 해당 한다"고 말했다.

▼과잉단속 논란

고위 공직자의 부동산 투기사례를 조만간 공개키로 한 대한공인중개사협회(회장 김부원·金富源)는 13일 동아일보 등 4개 일간지에 '대국민 성명서'를 내고 국세청의 과잉단속에 강력 항의했다.

협회는 성명서에서 "(정부가) 부동산투기 억제대책을 내놓을 때마다 공인중개사들을 부도덕한 범죄집단으로 매도하면서 부동산 정책 실패의 책임을 전가한다"고 주장했다.

협회는 또 "국세청이 무차별적으로 중개사무소와 차량까지 뒤지고 컴퓨터에 내장된 고객정보를 복사해 가는 등 비민주적인 불법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집값 하락 시비

부동산업계는 "아파트값이 떨어졌다"는 국세청의 보도자료에 대해서도 신뢰성이 없다고 주장한다.

국세청은 최근 배포한 '주요 투기지역 부동산 가격동향'에서 분양권 프리미엄은 지난달 23일 대비 이달 7일 현재 8.7% 떨어졌고 같은 기간 재건축 대상 아파트값은 2.8%, 일반 아파트값은 2.4% 각각 내렸다고 발표했다.

또 서울과 경기, 충청지역에 있는 조사대상 18개 평형 가운데 △시세가 내린 것은 14개 △보합 2개 △오른 것 2개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에 대해 부동산업계는 "한참 잘못됐다"고 지적한다.

일부 비(非)인기지역의 아파트값은 내렸지만 대부분 지역의 아파트값은 변동이 없거나 오히려 올랐다는 것.

부동산정보업체 A사의 조사에 따르면 국세청이 조사한 18곳도 △오른 것 4개 △보합 13개 등으로 나타나 국세청 발표와 큰 차이를 보였다.

나머지 1곳은 국세청이 서울 송파구 잠실동에 있는 것으로 잘못 발표한 강동구 둔촌동의 '신성 은하수' 33평형으로 4월 중순 이후 현재까지 시세 변동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차지완기자 c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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