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과멋][현장에서]日불고기…中김치…빼앗기는 음식상품화

  • 입력 2003년 6월 9일 16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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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한일 월드컵이 개최된 지 이달로 만 1년이 됐습니다. 1988년 서울올림픽과 지난해 월드컵은 한국의 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데 큰 기여를 했습니다.

국제행사 못지않게 한국을 알리는 일등 공신이 한국산 상품입니다. 유럽 도심을 달리는 한국산 자동차와 최고급 백화점에서 만나는 한국 상품은 한국의 위상이 어느 정도인지 실감케 합니다.

최근에는 식품이 전략산업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해외로 수출되는 한국 식품도 늘고 있기 때문입니다. 러시아에서는 한국야쿠르트의 ‘도시락 라면’이 현지인들이 찾는 재래시장에서까지 팔릴 정도로 인기입니다. 일본 도쿄 한복판에는 농심 ‘신라면’ 광고판을 붙인 버스가 다닙니다. 김치나 고추장, 된장 등은 웬만한 슈퍼마켓에서도 살 수 있습니다. 풀무원은 미국에 두부공장을 차리고 현지 시장 공략에 나섰습니다.

그러나 한국 식품의 전망이 밝지만은 않습니다. 한국식품을 상품화하는 일본기업이 늘고 있고 해외 시장에서 중국산 저가(低價) 식품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최근에 발표한 ‘한국음식의 상품화와 국제화전략’ 보고서를 보면 이런 위기감이 드러납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90년대 후반 400g에 800원 선이던 일본 내 김치 가격은 한국 업체끼리의 과당경쟁과 중국산 저가 김치의 등장으로 현재 400엔 정도로 내렸습니다. 중국산 김치는 200엔 선에서 팔리고 있다고 합니다.

일본 최대식품업체 아지노모토는 2001년 불고기, 닭갈비, 김치찌개 등 6가지 한국음식을 즉석식품으로 만들어 일본 시장에서 20억엔어치를 팔았다고 합니다.

CJ, 풀무원 등 한국 업체들이 한국음식 상품화에 나서고 있지만 생산설비를 외국에서 들여다 쓰기 때문에 외국 업체에 비싼 로열티를 물고 있습니다.

삼성경제연구소 민동원 연구원은 “식품은 장류, 그릇, 한국 패션, 건축자재 등 연관 상품의 수출까지 기대할 수 있는 전략 산업”이라며 “국가 차원의 홍보와 연구개발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부족한 천연 자원을 탓하기보다 식품처럼 다른 나라가 가지지 못한 고유한 문화 자원을 상품화하려는 노력이 절실한 시점입니다.

박용기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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