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덕이는 경기 치솟는 부동산…'경제합병증' 근본대책 세울때

  • 입력 2003년 5월 27일 17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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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부양과 부동산시장 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정부가 쏟아내고 있는 대책이 겉돌고 있다.

한국 경제의 가장 큰 불안 요인으로 꼽혔던 이라크전쟁이 끝났는데도 경기는 회복될 기미가 없다. 또 고강도 투기억제책을 잇달아 내놓았는데도 부동산 열기는 식지 않고 있다.

경제전문가들은 “정부가 단기 대증(對症)요법에 매달려 있는 한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잡기 어렵다”며 “경제 ‘합병증’을 고치려면 근본 원인에 눈을 돌려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상충하는 단기처방=한국은행은 13일 콜금리를 4.25%에서 4.00%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또 정부는 30일 여야정(與野政) 협의회를 열어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를 포함한 4조원대의 추경예산을 편성하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경기 침체의 심각성을 감안할 때 정부의 금리 인하와 재정 확대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문제는 이 같은 정책이 부동산시장 안정에는 역(逆)효과가 나타난다는 점이다.

경기를 부양하려고 하면 부동산이 발목을 잡고 금리 인상 등을 통해 부동산 투기를 잡으려고 하면 경기 침체가 가속화하는 ‘딜레마’에 빠져 있는 셈.

한국금융연구원 최공필(崔公弼) 선임연구위원은 “지금 상황에서 단기 대증요법은 아무리 잘 조화시켜도 효과가 일부 상쇄되는 것을 피하기 어렵다”면서 “장기적인 효과는 더욱 기대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근본 대책에는 소홀한 정부=경기 침체와 부동산시장 불안은 모순적인 현상처럼 비치지만 사실은 하나의 뿌리에서 나온 현상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명지대 조동근(趙東根·경제학) 교수는 “380조원에 이르는 부동(浮動)자금이 생산적인 분야에 쓰이지 않고 부동산시장을 기웃거리고 있기 때문에 경기는 나빠지고 투기가 일어난다”며 “기업이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근본 대책”이라고 진단했다.

그런데도 정부는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는커녕 기업 투자의 발목을 잡고 있다.

정부는 3월 ‘새 정부의 경제운용 방향’을 발표하면서 2005년부터 경유승용차 내수판매를 허용하기로 확정했다고 밝혔다. 2005년 판매를 위해서는 기업들이 당장 투자에 나서야 하고 투자효과는 3년간 2조500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정부 부처간 이견이 아직까지 해소되지 않아 기업들은 아직도 투자할지를 결정하지 못한 채 애를 태우고 있다.

한 대기업 구조조정본부의 투자담당 A상무는 “정부의 규제보다 심각한 걸림돌은 이익집단이나 시민단체의 초(超)법적 규제”라며 “합법적인 기업 활동마저 이익단체들이 힘으로 제동을 거는 마당에 투자의사 결정을 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정부가 두산중공업, 철도, 전국운송하역노조 화물연대 등의 파업을 처리하면서 보여준 태도를 볼 때 앞으로 이익집단의 목소리가 더 커질 것 같아 불안하다”고 덧붙였다.

▽전문가 제안=한국개발연구원(KDI) 조동철(曺東徹) 연구위원은 “금리인하나 추경예산 편성은 필요하지만 이는 경기 침체를 다소 완화시키는 단기 대책일 뿐”이라며 “경제의 기초 체력을 강화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 위원은 “정부가 이익단체에 끌려 다니지 않고 원칙에 따라 대응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위원은 “추경예산을 불요불급한 도로나 닦는 데 쓴다면 효과는 없고 재정 건전성만 나빠질 뿐”이라며 “정부는 기업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대형 프로젝트를 내놓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정부의 동북아경제중심계획의 구체적인 방안을 빨리 내놓는 것도 해법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천광암기자 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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