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사 제품 끌여들여 상품PR 비교광고 "눈에 띄네"

  • 입력 2003년 5월 12일 17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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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야후에서 못 찾으면 엠파스’라는 도발적인 광고를 실었던 검색포털 엠파스가 다시 한 번 비교광고전에 뛰어들었다. 이번 상대는 최근 새로운 지식 검색 서비스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네이버.

네이버는 올해 초 신인 모델 이윤지를 기용해 ‘야한 생각하면 왜 머리가 빨리 자라지?’ 같은 복잡한 문제도 이 회사의 지식 검색 서비스인 ‘지식in’에서 쉽게 해결할 수 있다는 광고를 내보냈다. 광고가 인기를 끌면서 서비스에 대한 인지도가 급격히 올라갔다는 평. 이번 달에는 그룹 UP 출신의 남자 모델 이켠을 내세운 2차 광고를 집행하면서 경쟁사의 추격을 따돌린다는 계산이다.

‘대한민국 지식인도 엠파스에 물어본다’는 광고는 경쟁업체인 네이버의 ‘지식in’ 서비스를 겨냥했다. 사진제공 엑스퍼트커뮤니케이션즈

엠파스의 광고는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상대방에게 직접적으로 칼을 겨눈다. 광고 카피는 ‘지식인은 죽었다 깨어나도 모른다’ ‘대한민국 지식인도 엠파스에 물어 본다’는 식이다. 여기서 ‘지식인’은 일반명사인 동시에 네이버의 ‘지식in’ 서비스를 겨냥한 것이다.

▽비교냐 비방이냐?=비교광고는 자사 제품의 기능이나 특성을 강조하기 위해 경쟁사의 제품을 끌어들이는 광고기법. 2001년 9월 국내에서도 비교광고가 허용되면서 경쟁사 이름을 구체적으로 거론하며 비교하는 광고가 크게 늘었다.

KT메가패스의 광고는 엠파스처럼 경쟁사의 상호를 교묘히 집어넣은 케이스. 둘로 나뉜 화면에서 결승점을 향해 두 선수가 달리고 있다. 한 선수가 여유 있게 먼저 골인한다. KT메가패스 VDSL 사용자가 씩 웃으며 한마디 던진다. “아직도 하나?”(경쟁사는 하나로통신이다)

올해 초 GM대우의 라세티는 비방광고 혐의로 경쟁사에 의해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됐다.

‘껍데기만 조금 바꾼다고 신차입니까…100% 신차 라세티’라는 문구를 사용해 타사 동급 차량들을 비방했다는 게 이유. 경쟁 차종의 차체를 화면에 내보내면서 경쟁업체의 심기를 건드렸다.

▽해외에선?=외국에서 비교광고는 재치와 유머로 보는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코카콜라와 펩시콜라의 치열한 광고전은 잘 알려져 있다. 이런 식이다.

콜라 배달 트럭을 모는 운전사가 목이 마르자 정작 경쟁사의 콜라를 마신다. 두 대의 콜라 자판기를 세워놓고 자사 자판기 앞의 바닥만 벗겨진 것(사람들이 그 회사 콜라만 먹는다는 의미)을 카메라가 잡는다.

키가 작은 어린이가 한 회사의 콜라 캔을 두 개 뽑아서 그걸 밟고 올라서서 자판기에서 다른 회사 콜라를 뽑는다는 설정은 비방 광고로 제소당하기도 했다.

국내 비교광고는 아직 ‘비방형’에 가까운 게 많다. 공정위는 지난해 객관적 측정이 불가능한 주관적 판단이나 경험 등을 근거로 한 비교광고는 할 수 없도록 지침을 변경하기도 했다.

오리콤 장성아 차장은 “비교광고가 소비자의 눈길을 끄는 힘은 강하지만 경쟁사의 이름을 이유 없이 끌어대거나 비방형 광고로 흐르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홍석민기자 sm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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