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스'…엎친데 덮친 수출 전선

  • 입력 2003년 4월 8일 18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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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전쟁으로 큰 피해를 보고 있는 수출업계가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확산으로 더욱 위축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사스 발생 지역인 중국, 홍콩, 대만의 기업들이 수출에 차질을 빚으면서 이들 기업에 원부자재를 공급하는 한국 업체들이 타격을 입고 있으며 외국 바이어들이 아시아지역 방문을 꺼리면서 방한 계획도 덩달아 취소되고 있다.》

또한 해외전시회 참가와 시장개척단 파견이 연기 또는 취소되면서 한국기업들의 제품 홍보에 차질을 빚고 있다.

산업자원부는 사스가 주요 수출 대상국을 중심으로 급속히 확산되자 “수출 악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응책을 추진키로 했다”고 8일 밝혔다.

무역협회와 KOTRA 등에 따르면 종이제품 원료를 중국에 수출하는 S제지는 주문 감소로 애를 먹고 있다. S사 제품을 재가공해서 다시 미국에 수출하는 중국업체가 미국 바이어의 중국 방문이 지연되면서 원부자재 주문량을 크게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전자업체 S사는 미국 수출을 위해 최근 중국 광저우에 자동차 부품공장을 설립했으나 공장시설 점검 후 납품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미국 바이어가 사스 때문에 방문을 계속 미루는 바람에 공장 정상 가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당초 7일부터 홍콩에서 열릴 예정이던 국제피혁전시회는 6월로 연기됐으며 24일 상하이에서 열리는 한국섬유전시회에 참가할 업체들이 대거 취소하면서 한국 기업들은 해외 마케팅에 적지 않은 차질을 빚고 있다.

경기도와 전라북도는 이달 중 예정됐던 중국 시장개척단 파견 계획을 취소했으며 강원도의 싱가포르 시장개척단 파견은 연기됐다

한국 방문을 꺼리는 외국기업도 늘고 있다. 스위스의 대형 유통업체 ‘쿱(COOP)’사는 7일부터 사흘간 방한해서 국내 기업들과 구매상담을 벌일 예정이었으나 사스를 이유로 방문 계획을 취소했다. KOTRA 주관으로 스위스 등 유럽 3개국을 방문 중인 민관합동 투자유치사절단을 만날 예정이던 스위스의 한 바이오기업은 “한국은 사스와 관련이 없다는 것을 알지만 상담은 취소하겠다”고 통보해 왔다.

중국, 홍콩 등지에 지사를 운영하고 있는 종합상사들은 아직 주재원은 철수시키지 않았지만 주재원 가족들은 한국 또는 인접국으로 이미 대피한 상태다.

KOTRA 통상전략팀의 최동석 팀장은 “수출업체들은 외국 바이어들이 아시아 여행을 기피하고 있기 때문에 사이버 마케팅을 강화해야 한다”면서 “사태 장기화에 대비해 비(非)사스 지역으로 수출국을 다변화하는 방안도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1~2월 주요 사스 발생국에 대한 한국의 수출 현황
수출액(억달러)비중(%)
중국4716.8
홍콩18 6.4
대만10 3.6
싱가포르6 2.2
소계8129.0
비중은 1~2월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것임. 자료:무역협회

정미경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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