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속 高물가…서민 허리휜다…경기전망 1년반만에 최저

  • 입력 2003년 3월 31일 18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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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가 뛰고 경기침체는 갈수록 뚜렷해지면서 서민들의 살림살이가 어려워지고 있다.소비자들은 교육비와 보건비를 제외한 지출을 최대한 줄일 계획이어서 내수 업종의 불황심화가 우려된다. 달러화가 전 세계적으로 약세를 보이는 가운데 원화에 대해서만 강세를 보이고 있는 점도 심상찮다. 한국 경제가 그만큼 취약하다는 얘기다. 경제전문가들은 스태그플레이션(저성장 상황에서의 고물가)을 막기 위해 정부와 기업, 민간이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강조하고 있다.》

▽소비자들의 체감경기, 위험 수위에 달했다〓소비자들이 피부로 느끼는 경기가 1년6개월만에 최저치로 떨어지면서 소비심리 위축에 따른 경기침체 가속화가 우려되고 있다.

31일 한국은행이 전국 30개 도시 2500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1·4분기(1∼3월) 중 소비자동향지수(CSI)에 따르면 6개월 후의 경기 전망을 나타내는 경기전망 CSI가 90으로 4분기 연속 하락하며 2001년 3·4분기의 71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

CSI가 기준치인 100 미만이면 경기를 비관적으로 보는 가구가 더 많다는 것을 의미하며 100을 넘으면 장래 경기를 낙관하는 가구가 많다는 것을 뜻한다.

직업별 경기전망 CSI의 경우 봉급생활자는 2002년 4·4분기 99에서 올 1·4분기 90으로, 자영업자는 91에서 90으로, 기타는 93에서 90으로 각각 하락했다. 자영업자와 봉급생활자 모두 경기를 어둡게 보고 있다는 의미다.

가계의 소비심리를 보여주는 소비지출계획 CSI는 103으로 기준치(100)를 상회했지만 2000년 4·4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목적별 소비지출계획 CSI를 보면 교육비(116)와 보건비(109)는 상승한 반면 의류비(95), 문화비(93), 여행비(90), 외식비(85)는 크게 하락했다. 이는 의류, 여행, 음식료업체가 상당한 어려움을 겪게 될 것임을 예고해준다.

향후 6개월의 생활형편전망 CSI는 85로 전분기(90)에 비해 떨어지며 2001년 3·4분기(85)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가계수입전망 CSI는 88로 역시 전분기(97)에 비해 낮아지며 2000년 4·4분기(84) 이후 최저치로 내려섰다.

향후 6개월의 고용사정전망 CSI는 86으로 전분기(96)에 비해 악화되며 2001년 4·4분기(79) 이후 가장 낮았다.

한편 6개월이내 부동산 매입을 희망하는 가구 비중은 조사 대상의 6%로 전분기의 7%보다 낮아져서 부동산 거품도 다소 해소될 전망이다.

▼소비자물가 상승 2년반만에 최고 ▼

▽농산물 가격, 공공요금 오른다〓3월 소비자물가가 2년6개월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31일 재정경제부와 통계청에 따르면 3월 소비자물가는 유가가 지속적으로 오르는 가운데 농산물 가격이 뛰고 신학기를 맞아 학비가 오르면서 전달에 비해 1.2%,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4.5% 올랐다.

전월 대비 3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2000년 9월(1.3%),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은 2001년 8월(4.7%) 후로는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 달 물가가 비교적 큰 폭으로 오르면서 작년 말 대비 1∼3월 누적 소비자물가상승률은 2.4%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정부의 올해 물가안정 목표치인 3%대는 달성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3월 소비자물가를 부문별로 보면 석유류가 국제유가 상승의 영향으로 전월보다 1.7% 올랐다.

농축수산물은 예년에는 3월에 출하가 늘어 가격이 내려갔으나 올해는 2월 기상 악화의 영향으로 전월보다 2.5% 상승했다. 작년 같은 달과 비교하면 배추 값은 314.3%, 무 값은 226.6%, 양파 값은 181.5% 뛰었다.

공공요금은 서울시 등 수도권의 시내버스 요금이 8.2%, 전철 요금이 11.5% 인상되면서 평균 2.0% 상승했다.

부문별 물가상승 기여도는 개인서비스요금이 0.49%포인트로 가장 높았고 이어 △공공서비스요금 0.29%포인트 △농축수산물 0.29%포인트 △공업제품 0.13%포인트 △집세 0.04%포인트 등이었다.

LG경제연구원 김기승(金基承) 연구위원은 “성장률이 떨어지는 가운데 물가가 오르고 있다는 점이 문제”라면서 “한국 경제가 완만한 스태그플레이션 상태에 접어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달러 약세에도 맥못추는 원화 ▼

▽원화는 나홀로 약세〓뉴욕 외환시장에서는 이라크전 장기화 전망에 따라 달러화가 유로화, 일본 엔화 등 주요 통화에 대해 연일 약세를 보이고 있다.

28일 유로-달러화 환율은 달러당 0.9349유로로 거래돼 전날의 0.9350유로에 비해 0.0001유로 하락했다. 달러화 가치가 그만큼 떨어졌다는 의미다. 지난 주 달러화 가치는 유로화에 대해 2.4% 급락해 지난해 6월말 이후 8개월만에 최대 주간 낙폭을 나타냈다.

지난주 달러화 가치는 일본 엔화에 대해서도 1.6% 하락했다.

미 달러화가 이처럼 약세를 보이는 것은 이라크전 장기화 전망과 이에 따른 미국 경제 회복의 둔화 때문이다.

반면에 원-달러 환율은 이라크전 개전일인 20일 달러당 1246.00원을 보인 뒤 28일 1255.40원으로 올랐다. 달러화 가치가 올라갔다는 얘기. 원-달러 환율은 31일에도 장중 한때 1261원을 나타내는 등 상승세를 이어갔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북한 핵문제와 SK글로벌 사태 이후 원-엔-유로화 환율 동조화현상이 깨졌다”며 “세계적인 달러화 약세와 관계없이 원화 가치는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 등으로 ‘나홀로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임규진기자 mhjh22@donga.com

천광암기자 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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