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해외건설 경쟁력 비틀…첨단기술 낙후 단순건설 치중

  • 입력 2003년 3월 31일 17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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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건설회사의 해외시장 경쟁력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2006년 시행될 예정인 도하개발어젠다(DDA)에 따라 국내 건설시장이 완전 개방되면 한국 업체들이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여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해외건설 경쟁력 줄어든다〓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세계 해외건설시장에서 한국의 시장점유율은 97년 4.5%에서 98년 4.0%, 99년 2.3%, 2000년 3.1%, 2001년 2.9%로 매년 낮아졌다. 반면 한국과 경쟁관계에 있는 중국은 97년 3.7%에서 2001년 5.4%로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세계적인 건설전문잡지 ‘ENR’가 매년 매출액 기준으로 뽑는 상위 225개 건설기업군에 한국은 97년 10개에서 2001년에는 7개로 줄었다. 하지만 중국은 같은 기간에 무려 14개가 늘어나 40개가 됐다.

이에 따라 해외시장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크게 줄고 있다.

이복남 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외환위기 직전까지만 해도 대형 건설업체의 연간 매출에서 해외공사 비중이 40% 정도였으나 최근에는 10%를 밑돌고 있다”고 전했다.

▽시장변화에 잘 적응 못해〓한국의 해외건설시장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은 시장 변화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한 때문.

현재 해외건설시장에서는 건설 기술보다는 첨단의 사업관리기술이나 국제금융조달기법, 사업분석능력이 중시되고 있다.

하지만 한국 건설업체들은 이 같은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해외건설은 잘 해야 본전’이라는 부정적인 인식 때문에 시장 개척에 나서기보다는 현장 정리에 주력하는 양상이다.

국내 건설업체의 ‘맏형’인 현대건설의 경우 90년대 중반까지 140여개에 이르는 현장을 운영했으나 최근에는 115개 수준으로 줄였다. 또 이 가운데 70여곳은 사실상 공사가 끝난 상태여서 사업장 수는 더욱 줄어들 전망이다.

▽다각적 대책 모색해야〓전망도 밝지 않다. 특히 국내 건설시장의 성장세가 둔화하는 상태에서 2006년 실시될 DDA에 따라 국내 건설시장이 완전 개방됐을 때 한국 업체가 견뎌내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DDA가 발효되면 중국 등에서 낮은 인건비의 건설근로자가 들어와 국내 공사 현장에서 일할 수 있다. 또 58억원 이상으로 돼 있는 외국 기업의 정부 발주 공사 참여 제한 기준도 폐지된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비해 우선 중국을 단기적으로는 전략적 제휴 파트너로 삼고, 중장기적으로는 중국업체와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 해외시장에 진출하는 방안을 모색하라고 충고한다.

또 정부가 △건설회사의 해외시장 진출을 촉진하기 위한 인센티브제를 한시적으로 도입하고 △해외협력기금 등을 설치해 발전 전망이 밝은 시장의 개척 및 수익성 높은 사업의 발굴 등을 적극 지원하는 한편 △해외건설 전문인력 양성에 필요한 전문교육프로그램 등을 운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재성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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