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석동빈 기자의 자동차 이야기

  • 입력 2003년 3월 15일 01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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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초 스위스 취리히를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우리 일행이 페스탈로찌의 동상을 보기 위해 관광버스에서 내리자 운전사는 곧바로 시동을 꺼버렸다.

근처에 정차해 있던 다른 버스도 모두 시동을 끄고 있어 운전사에게 이유를 물어보니 5분 이상 공회전을 하면 50만원정도의 벌금을 내야한다는 것이었다.

깨끗한 환경을 최고의 관광자원으로 생각하는 스위스는 이를 보존하기 위해 1990년대 중반부터 이같은 자동차 공회전 금지 제도를 시행하고 있었다.

스웨덴도 1994년부터 공회전 금지를 법제화해 일반 도로에서뿐만 아니라 자신의 집 앞에서 1분 이상 공회전할 경우 과태료가 부과된다.

이밖에도 캐나다 토론토와 미국 뉴욕주, 일본 효고현 등 선진국의 상당수 자치단체가 3∼5분 이상 공회전을 금지하고 있다.

당시 우리나라에서 자동차 공회전 금지제도의 시행은 요원한 것 같아 스위스가 부러웠던게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도 내년부터 서울과 부산에서 이와관련한 조례를 신설키로 했다는 소식이 들려 반갑기만 하다.

선진국처럼 전면 시행하는 것은 아니고 버스터미널이나 대형 주차장 등 대상지역을 정해 3∼5분 이상 공회전을 제한할 방침인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는 매년 자동차의 공회전으로 인해 1만3000t의 오염물질이 배출돼 대기오염의 85%를 차지하고 있으며 연료손실도 8450억원에 이르고 있다.

특히 경유차는 휘발유차보다 30배나 많은 오염물질을 배출해 전체 대기오염의 77%를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이같은 공회전 금지의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조례가 제정되더라도 운전자들의 습관과 단속에 대한 저항 때문에 법이 제대로 지켜질 것인지는 미지수이다.

정지선 준수나 교통정체 때 교차로진입 금지 등 기본적인 교통법규조차 지키지 않는 경우가 많고, 경찰이 단속에 나서면 상당수 운전자가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잘못을 시인하지 않는다.

결국 시민의식이 담보돼야 이 조례도 효과를 볼 수 있다. 이를 위해 장시간 공회전은 환경범죄라는 의식이 몸에 배도록 운전자들이 먼저 스스로 노력했으면 한다.

부산=석동빈기자 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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