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쇼크' 금융시장 혼란]외평채 가산금리 중국의 2배

  • 입력 2003년 3월 13일 18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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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평채 가산금리 급등은 한국을 바라보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시각을 대변해 준다. 이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다.”(금융연구원 박해식 국제금융팀장)

SK글로벌 분식회계 충격의 여파로 국내외 금융시장이 요동치면서 한국기업의 신뢰도가 또 훼손됐다. 한국은행의 긴급 유동성 지원과 무디스의 한국 신용등급 유지 결정으로 불안감은 다소 진정됐지만 시장의 우려는 여전하다.

금융전문가들은 이번 분식회계 사건으로 잃은 신뢰를 다시 회복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국기업 더 이상 못 믿겠다〓대우사태로 크게 손해를 봤던 홍콩의 외국인 투자자들이 이번 분식회계 사건으로 큰 충격을 받고 있다고 한국은행은 전했다. 한은 관계자는 “한마디로 ‘코리아(KOREA)’가 붙은 상품은 못 믿겠다는 게 외국인 투자자의 반응”이라고 표현했다.

국가신용위험 스와프(CDS)금리는 한국이 부도났을 때 원금을 책임지는 보증수수료로 한국의 신용위험도를 나타낸다. CDS금리는 11일 고시조차 되지 않았고 12일엔 최근 몇 년 이래 최고치인 2%를 나타냈다.

CDS금리는 △지정학적 위험(정치안정, 남북관계) △경제위험(성장률 전망, 경상수지, 물가) △대외지불능력 △금융시장 안정성(금융기관의 수익성과 재무구조)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한다.

외평채의 가산금리는 12일 국가신용등급이 한국보다 떨어지는 말레이시아와 태국보다도 높았다.

국민은행 유경훈 국제금융팀 과장은 “상황이 이렇게 급속도로 악화될 줄은 몰랐다”며 “지금은 차입금리를 올리는 정도가 아니라 신용공여 한도를 끊는 차원이다”라고 말했다.

그나마 13일 외평채 가산금리가 다소 내린 것은 대외지불능력이 버텨주는 가운데 변동환율제도와 시장메커니즘, 기업의 낮은 부채비율 등 긍정적 요인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

한화투신 홍춘욱 투자전략팀장은 “문제는 정부와 한국은행이 상황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지 않다는 데 있다”며 “지금의 혼란을 막으려면 정부가 SK글로벌의 부실을 하루빨리 밝히고 적절한 대응조치를 취해야 하며 시장 안정을 위해 금리인하 등 대규모 부양정책도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SK㈜로 사태 퍼지나〓국제적 신용평가회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무디스는 SK㈜의 신용등급을 투기등급으로 낮출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현재 S&P등급은 ‘BBB―’, 무디스는 ‘Baa3’로 투자적격등급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무디스는 “SK글로벌의 분식회계가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분명히 밝혔고 한국 및 아시아지역에서 정유설비가 너무 많아 부담스럽다는 점을 꼽았다.

S&P는 등급이 ‘A―’인 SK텔레콤도 부정적 관찰대상에 올려놓으면서 “두 회사는 SK글로벌의 회계부정과 관련이 없지만 기업이미지가 타격을 받아 신용도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앞으로 SK글로벌과의 거래 및 지분관계를 어떻게 해결할지 주목하겠다고 덧붙였다. 즉 해외에서는 SK글로벌 사태가 최대주주인 SK㈜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물론 대우나 현대처럼 복잡한 지급보증 관계가 얽혀 있지 않아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겠지만 SK㈜가 대주주 입장에서 SK글로벌을 간접지원하지 않겠느냐는 우려에서다. 이에 따라 13일 주가는 하한가로 추락했다.

실제로 SK글로벌이 자구계획으로 내세운 전국의 SK주유소(1조1000억원) 매각은 현실적으로 SK㈜에서 매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채권단은 또 SK글로벌이 SK㈜에 갚아야 하는 상거래채권이 1조7000억원이나 된다는 점에서 SK㈜로 불똥이 튀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투신권 환매사태는 진정기미〓13일 투신권에는 채권형 펀드와 머니마켓펀드(MMF)에 SK글로벌 회사채나 기업어음(CP)이 없느냐는 투자자의 문의와 환매 요청이 계속됐다.

기관투자가들의 환매요청도 여전히 이어졌다. 현금유동성이 낮은 투신운용사들은 SK글로벌 채권이 편입된 펀드가 아닌 일반펀드에 대해서도 환매를 거절했다. 자금사정이 좋아 환매에 응했던 A투신운용사에서는 이날 3000억원이 빠져나갔다.

B사 투신운용사 채권운용본부장은 “오전부터 큰손 고객이 환매를 요청했지만 오후까지 지켜보자며 간신히 말렸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은이 2조원의 긴급자금을 공급하고 금리가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환매사태는 다소 진정됐다. 12일 5000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간 C투신운용에서는 13일 1500억원 정도가 환매된 것으로 집계됐다. 11, 12일 이틀 동안 6조8000억원이 빠져나간 것에 비하면 환매규모가 많이 줄었으나 아직 낙관하기에는 이르다.

임규진기자 mhjh22@donga.com

김두영기자 nirvana1@donga.com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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