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시장 한국채권 투매

  • 입력 2003년 3월 13일 18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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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글로벌 분식회계 사건의 여파로 홍콩 뉴욕 등 국제금융시장에서 한국 채권물의 투매현상이 나타나면서 가산금리가 일제히 크게 올랐다.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로 한국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진 가운데 SK글로벌 분식회계 사건이 ‘한국판 엔론 사건’으로 받아들여져 한국 경제에 대한 신뢰도가 급격히 떨어진 데 따른 것이다.

1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홍콩시장에서 한국의 국가신용위험 스와프(CDS) 금리는 10일 1.57%에서 12일 2.0%로, 외국환평형기금채권의 가산금리는 11일 1.5%에서 12일 1.9%로 크게 올랐다. 뉴욕시장에서 외평채 가산금리는 11일 1.72%에서 12일 1.97%로 올랐으며 산업은행과 포스코 등 국내 우량기업 채권의 가산금리도 일제히 폭등했다.

국내 금융시장에선 기관투자가의 환매요청이 쇄도하면서 투신권에서는 11일 1조7000억원, 12일 5조1000억원 등 이틀 동안 6조8000억원이 빠져나갔으며 13일에도 환매요청이 몰렸다. 한국은행은 자금시장 안정을 위해 환매조건부채권(RP) 매수를 통해 이날 2조원의 단기 유동성을 투신사에 공급했으며 필요하면 투신사의 국채를 모두 인수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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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은 또 이번 사태를 진정시키는 데 필요하다면 은행지급준비금을 낮추는 방식으로 자금을 무제한 공급할 계획이다. 한은의 시장안정대책으로 투신권의 환매사태는 다소 진정되고 금리도 안정됐지만 SK 계열사의 주식과 채권은 계속 불안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세계적 신용평가회사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와 무디스는 이날 SK글로벌의 최대주주인 SK㈜의 신용등급을 투자부적격 등급으로 낮출 수 있다고 경고해 자칫 이번 사태가 SK그룹의 다른 계열사로 파급될 조짐도 보이고 있다.

이날 SK㈜는 기관투자가들을 상대로 기업설명회를 갖고 “외화 7억달러를 포함해 총 2조6000억원의 현금과 예금을 보유하고 있어 유동성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주가 안정을 위해 자사주 매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진화에 나섰다.

무디스가 이날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현행대로 유지한다고 발표하자 홍콩시장에서는 외평채 가산금리가 0.2%포인트 하락하는 등 다소 진정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SK글로벌 분식회계 사건으로 한국 기업들의 신뢰도가 크게 떨어져 한국 채권물의 가산금리는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국은행은 분석했다.

임규진기자 mhjh22@donga.com

천광암기자 iam@donga.com

김두영기자 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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