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컴기업 성공스토리]<6>넷마블

  • 입력 2003년 3월 2일 19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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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삼성동 도심공항타워 22층 넷마블 본사. 디자이너와 개발자 100여명이 일하는 사무실은 도서관 처럼 조용하다. 나성엽기자
서울 강남구 삼성동 도심공항타워 22층 넷마블 본사. 디자이너와 개발자 100여명이 일하는 사무실은 도서관 처럼 조용하다. 나성엽기자

“그래도 하겠습니다.” “좋습니다. 그러면….” 2001년 12월, 유료화를 앞둔 온라인 게임업체 넷마블(www.netmarble.net)이 플레너스엔터테인먼트에 대주주 지분(51%)을 넘기고 플레너스의 일부 지분을 받은 뒤(스와핑), 플레너스측은 추가로 다소 가혹한 조건을 내걸었다.

넷마블 방준혁 사장이 “2002년에는 순이익 50억원을 내겠다”며 제출한 경영계획에 대해 플레너스측은 그 대신 순이익이 30억원 미만으로 줄어들면 방 사장이 받기로 돼 있는 플레너스의 지분을 그만큼 깎겠다고 못박았다. 생긴 지 1년 밖에 안 된 회사. 그것도 인터넷 거품이 빠지고, 벤처기업 관련 각종 비리 수사로 업계가 어지럽던 시절 ‘뒷북’ 치듯 창업한 회사에는 불가능에 가까운 요구였다. 그러나 방 사장은 정면돌파를 결정한다.

“단, 순이익을 50억원 이상 내면 추가분의 30%는 내 경영성과급으로 주십시오.”

플레너스 측 경영진의 입가에 옅게 미소가 번졌다. “그럽시다.”

▽실패를 아는 CEO=방준혁 사장은 회사를 두 번이나 ‘말아먹어’ 봤다. 1990년대 후반 인터넷 영화 서비스 업체를 만들었다가 두 번 다 몇 개월 버티지 못하고 경영권을 넘겼다. 회사를 정리할 때마다 주주들과 직원들의 망연자실한 표정은 비수가 되어 그의 가슴에 꽂혔다.2000년 3월 자본금 1억원으로 창업한 넷마블은 같은 해 11월부터 바둑 장기 알까기 퍼즐 등 누구나 잠깐씩 들러 즐길 수 있는 ‘오락실형’ 게임포털 서비스로 1년여 만에 회원을 900만명 가까이 모았다. 게임 포털로는 처음으로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학교대항전’이라는 컨셉트를 도입하면서 사용자들의 경쟁심을 유발한 게 제대로 들어맞았다. 현재 회원은 1700여만명.

1년 뒤, 있는 돈이 바닥나고 유료화를 앞둔 방 사장은 문득 자신 때문에 곤란을 겪은 전 회사의 주주와 직원들을 떠올렸다. 성공하면 ‘대박’이지만, 실패하면 ‘쪽박’인 유료화. 실패했을 때 직원과 주주들을 책임져 줄 물주를 찾기로 결심했다.

▽함께 부자 되자=이름만 대면 알 만한 포털과 게임 업체들이 비싼 값에 넷마블을 사겠다고 나섰다. 그러나 방 사장은 액수는 적지만 경영권을 인정해 주는 플레너스를 택했다. 계약서에 도장을 찍은 날 직원들은 울먹이며 방 사장을 비난했다.

“누가 고생하기 싫대요? 힘들어도 같이 가자는 데 왜 회사를 넘겨요?”

방 사장이 대답했다.

“자식아, 그런 게 아니야. 너희 월급 내가 못 주면 다른 사람이 줘야 할 거 아냐.”

“든든한 ‘빽’이 생겼다고 생각하자. 그대신 돈 벌면 같이 나누자”라며 직원들을 다독거리며 2002년을 뛰었다. 게임업체로서는 드물게 아바타 서비스를 도입해 히트를 쳤다. 그 결과 생긴 매출액 270억원에 순이익 158억원. 그때의 약속대로, 방 사장은 자신의 몫으로 남겨진 경영성과급(50억원 이상 추가 이익의 30%=약 32억원)으로 전 직원에게 연봉의 100%를 최근 보너스로 지급했다.올해에는 더욱 과감한 경영계획을 세웠다. 목표 매출액 810억원에 영업이익 400억원.방 사장은 “힘든 시절을 함께 보내면서 직원들과 하나가 됐다”며 “자신 있다”고 말했다.

▼넷마블 방준혁 사장 ▼

인터넷 업계는 ‘가구거리’?

최근 인터넷 업계에서 불고 있는 ‘엔터테인먼트 포털화 바람’. 커뮤니티업체 검색서비스업체 들이 앞다투어 게임서비스를 시작하고 있다. 게임 업체들은 커뮤니티서비스를 강화하는 한편 고화질 영화서비스를 속속 도입하고 있다. 대기업 계열 포털 업체들도 앞다투어‘엔터테인먼트 포털’을 선언, 지난 몇 년간 ‘실험’ 끝에 ‘돈 된다’고 판명된 엔터테인먼트 분야는 그야말로 춘추전국시대를 맞고 있다.

큰돈을 벌고 있는 알짜 기업이기는 하지만 쟁쟁한 대형 포털에 비하면 아직은 이름 값이 높지 않은 넷마블. 방준혁 사장은 “지금 시장 상황은 오히려 넷마블에 기회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아무리 가구를 잘 만들어 진열해 놓아도, 가구점들이 늘어선 거리에 가게를 차린 가구점이어야 장사가 잘 된다”는 게 그의 논리.

방 사장은 그 예로, “넷마블이 출현한 뒤 동종업체인 한게임의 수익성이 오히려 좋아졌고, 넷마블이 아바타 서비스를 시작하자 선두 업체인 네오위즈도 수익이 늘었다”는 점을 들었다.

특히 인터넷의 특성상 소비자들은 A회사 대신 B회사를 선택하는 게 아니라 적(籍)을 두 군데에 두고 A, B 회사의 개성 있는 서비스를 모두 이용하는 경향이 강하다. 때문에 일단 ‘가구거리’에 들어서기만 하면 모두가 윈윈(win win)할 수 있다는 것.

방 사장은 “‘가구거리’에서 쫓겨나지 않기 위해서는 늘 긴장하고 기술개발을 게을리 하면 안 된다”고 강조하면서도 “넷마블의 개발진은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수준”이라며 은근히 자신감을 표시했다.

나성엽기자 cp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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