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장지-발산 ‘딱지’ 조심하세요…불법매매 기승

  • 입력 2003년 2월 11일 18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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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의 마지막 미개발지로 눈길을 끌고 있는 송파구 장지지구의 아파트 입주권을 둘러싼 불법 거래가 만연해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2006년 말 완공되는 장지택지개발지구 전경. 김창원기자
서울 강남의 마지막 미개발지로 눈길을 끌고 있는 송파구 장지지구의 아파트 입주권을 둘러싼 불법 거래가 만연해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2006년 말 완공되는 장지택지개발지구 전경. 김창원기자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사는 주부 김모씨(53)는 2000년 3월 7000만원을 대출 받아 마포구 상암동 철거예정 단독주택을 구입했다. 집을 사놓으면 상암택지개발지구에 새로 들어서는 아파트 입주권을 딸 수 있다는 부동산중개업소의 설명 때문이다. 상당한 수준의 시세차익도 기대했다.

그로부터 1년 후. 그는 뭔가 크게 잘못됐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파트 동·호수 추첨 결과 예상과는 달리 서울 도봉구의 D아파트 33평형을 배정받은 것.

동·호수 추첨이 끝나면 다른 지역으로 갈 수 없다는 사실도 그때서야 알게 됐지만 이미 때늦은 후회였다.

그가 입주할 아파트의 주변 시세는 1억7000만∼1억9500만원. 하지만 김씨가 투자한 돈은 입주권, 금융비용(연리 8.5%), 분양가를 포함해 모두 2억4000만원이 넘는다.

은행 빚 갚는 건 고사하고 급매로 싸게 내놓은 지 3개월이 넘었지만 사겠다는 사람이 없다.

▽장지·발산지구 ‘딱지’ 주의보=비슷한 상황이 여전히 되풀이되고 있다. 이번에는 장지·발산지구다. 서울의 마지막 남은 노른자위 장지·발산택지지구 개발을 앞두고 상암지구와 같은 피해 사례가 또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

부동산 업계에서 속칭 ‘딱지’로 불리는 입주권은 택지개발사업이나 도시계획사업 등으로 집을 헐리는 사람이 해당 지구에 짓는 아파트에 살 수 있도록 한 권리를 말한다. 아파트 분양가는 따로 내야 한다.

딱지 거래는 불법이다. 철거민 보호를 위한 제도가 자칫 투기 수단으로 변질된다는 우려에서다.

딱지를 갖고 있다고 해서 무조건 원하는 지역에 입주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해당 지구 내 원주민을 위한 ‘특별공급 물량’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철거민 중 누가 해당 지구에 들어가게 될지는 동·호수 추첨이 끝나야 알 수 있다. 김씨처럼 상암지구 입주를 노렸다가 도봉지구에 당첨돼 낭패를 볼 수도 있다.

▽딱지 거래 횡행하는 이유는=장지·발산지구에 100% 입주를 보장한다는 딱지가 은밀히 거래되는 것은 막대한 시세차익을 거둘 수 있기 때문.

특히 송파구 장지지구는 1989년 대치지구 개발 이후 13년 만에 서울 강남지역에 공급되는 공공택지여서 프리미엄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P컨설팅사의 오모 실장은 “아직 입주 여부를 알 수는 없지만 장지지구 입주가 보장된 딱지라면 인근 시세와 비교해 입주권과 분양가를 빼고도 최소 1억5000만∼2억원은 남길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장지지구 특별공급 물량은 1500가구. 하지만 장지지구에 들어가기를 희망하는 가구주는 원주민 50명과 시민아파트 철거민 1099명, 도시계획사업으로 인한 철거민 500명 등 1600명이 넘는다.

여기에 최근에는 택지개발지구에 아예 입주할 수조차 없는 소위 ‘물딱지’마저 돌고 있다.

장지지구의 A공인 김모 사장은 “자기가 산 딱지가 입주권이 보장된 것인지 확인하기 위한 전화가 하루에 1통 꼴로 걸려온다”면서 “그중 90%는 쳐다볼 필요도 없는 물딱지”라고 말했다.

서울도시개발공사 보상팀 관계자는 “철거가옥을 사서 입주권을 얻는다 해도 해당지구에 들어갈 수 있는지의 여부는 동·호수 추첨이 끝나기 전에는 알 수 없다”며 “100% 보장 운운하는 딱지는 100% 가짜로 보는 게 현명하다”고 말했다.

철거가옥 구입해 실패한 김씨의 사례
철거가옥 위치서울 마포구 상암동
구입 시기 2000년 3월
구입비 7000만원
금융비용(연리 8.5%) 1785만원(595만원씩 3년)
새 아파트 분양가(일시불)1억5300만원
총 투자금액(=입주권+금융비용+분양가)2억4085만원
현재 주변시세1억7000만∼1억9500만원
시세손익-7085만∼-4585만원

김창원기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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